"'개별허가 품목' 추가 지정 없었지만 오히려 '불확실성' 지속"
개별허가 품목 지정시 수출 허가에만 90일 걸려…기업들 "추가 지정시 타격 불가피"
입력 : 2019-08-07 17:36:54 수정 : 2019-08-07 17:36:54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국내 기업들은 7일 일본 정부가 수출 관련 포괄허가취급요령을 개정하면서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자 불확실성 지속에 대한 부담을 호소했다. 당장은 다행일지 몰라도 언제든 일본이 자의적으로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해 수출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추후 일본의 규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책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일본 경제산업성은 수출무역관리령의 시행세칙인 '포괄허가취급요령'을 공개했다. 일본 기업이 군사전용이 가능한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는 오는 28일부터 3년간 유효한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일반 품목 중에서도 무기개발에 쓰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시 별도의 수출허가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외에 추가로 한국만을 대상으로한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됐다. 1100여개의 전략물자 가운데 어떤 품목을 개별 허가로 돌릴지 공개되지 않아 대책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다. 개별허가를 받게 되면 일본 정부는 90일 정도 걸리는 수출신청 심사 과정에서 심사를 고의로 늦출 수 있고, 막판에 제출 서류 보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수출을 막을 수도 있다.
 
정부는 국내 소재·부품·장비 자체조달률이 60% 중반 수준이며, 정밀산업 자체조달률은 50% 미만, 반도체는 자체조달률이 2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특히 반도체 업계는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기업의 한 관계자는 "1100여개 품목에 대해 1대1 매칭이 아직 안되고 있다"며 "우리가 쓰는 소재가 수출 규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아리송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이어 "아직 불확실한 부분이 많아서 상황을 지켜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는 특별일반포괄허가제도가 적용되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백색국가에서 제외돼도 유효기간 3년짜리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으면, 백색국가였던 때와 동일하게 간소한 수출이 가능하다. 특별일반포괄허가 적용 여부 역시 일본 정부가 추가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다음으로 일본의 규제 가능성이 높은 배터리 업계는 소재 수입이 어렵게 될 상황에 대비해 국내외서 대체 공급처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물품은 전략물자로 볼 수 없다는게 기존의 입장이었으나, 일본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개별 허가 품목)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체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분야에서 일본 의존도가 높은 대표 소재는 배터리를 포장하는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이다. 일본 DNP와 쇼와덴코가 전세계 시장 70%를 과점하고 있다. 국내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일본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삼성SDI는 소형전지에 한해 파우치형 필름을 일본서 공급받고 있다.  
 
다만 이들은 BTL첨단소재, 율촌화학 등과 접촉하며 테스트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본의 수출제한 품목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국내 업체들과 접촉을 한 상태"라며 "넉넉잡아 한 달, 급한대로 2~3주면 테스트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수소차에 쓰이는 탄소섬유가 수출제한이 걸릴 경우 국내산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나 전기차배터리 역시 국내산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현대·기아차의 경우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기점으로 일본 부품 의존도를 낮춰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탄소섬유는 수소전기차 넥쏘에 쓰이고 있는데 넥쏘 수요가 아직 많지 않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일본이 공급을 중단한다면 국내 효성첨단소재가 개발한 같은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의존도가 높은 또 다른 품목인 MLCC나 전기차 배터리도 국내 업체 제품으로 단기간에 대체할 수 있다"며 "일본산 부품 재고도 충분해 당분간 생산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강업계의 경우 특수소재인 마레이징강, 티타늄 베이스의 듀플렉스 스테인르스강(STS) 등 2가지만이 전략물자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소재들은 로켓이나 엔진 부품 등에 들어가 시장 규모나 필요한 물량도 적어 사실상 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의 추후 조치를 지켜봐야 한다"며 "현재로선 다방면으로 대응책 마련에 힘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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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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