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김현태 중진공 부이사장 "중소벤처기업 지원 기관에서 혁신성장의 파트너로"
"혁신기업, 독과점 산업 생태계 깨뜨릴 주역…청년창업사관학교, 넥스트 유니콘기업 요람될 것"
"평양혁신비즈니스센터 설치…나진·선봉 지역 진출 지원 다각도로 검토"
입력 : 2019-07-29 06:00:00 수정 : 2019-07-29 06:00:00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카르페 디엠(CARPE DIEM)."
 
김현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부이사장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대사가 삶의 좌우명이다. 닥치지도 않은 1년, 1개월, 1주일 후의 일 때문에 미리 걱정하고 잠 못 이루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면 반드시 긍정적 나비효과로 돌아온다고 믿는다. 긍정적인 마음이 생길 뿐만 아니라 몰입과 열정적으로 일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만들어진다는 게 김 이사장의 인생지론이다.
 
32년. 그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몸담은 시간이다. 1961년생인 김 이사장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중진공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기획조정실장, 기금관리실장, 성과관리실장, 경영관리본부장, 기획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매 순간에 충실했던 오늘이 쌓여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올해 설립 40주년의 8할에 해당하는 시간을 일터에서 보낸 김 이사장에게 중진공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지금까지 발자취를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1979년 설립 후 지나온 40년은 중소벤처기업에 정책자금을 공급하고 수출·마케팅과 컨설팅, 일자리 등을 지원하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크게 네 가지 단계로 구분되는데, 출범 초기부터 1988년까지는 주로 설비, 기술이 부족한 중소벤처 기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근대화 추진기였다. 1989년부터 1997년까지는 신경제 5개년계획에 따라 중소벤처기업의 자동화·정보화·기술개발 등 구조개선 사업에 집중했다.1998년부터 2008년까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극복기로 중기벤처기업에 직접대출을 제공하는 한편 신용대출 확대, 벤처창업지원 등 창업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했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는 저성장과 실업,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창업 생태계 환경 조성, 혁신성장과 공정경제·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지원 기관으로 역할을 수행해 왔으나 역할 변화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 중소벤처기업 지원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파트너가 되겠다. 가계부채를 떨어뜨릴 핀테크, 카드를 대체하는 제로페이, 전기·자율 미래차·신재생에너지의 등장으로 경제·산업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한 환경에서 독과점 산업 생태계를 깨트리고 공정경제 기반을 조성하는 것은 혁신기업의 몫이다. 이들이 글로벌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사)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
 
올해 4월1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 기관 이름이 바뀌었다. 기존 사명에 '벤처'를 넣은 까닭은.
 
창립 40주년을 맞아 이름부터 체질까지 바꾸기 위해 기관명 변경을 추진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으로 벤처기업 고객의 인지도와 접근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명칭을 통일했다. 또한 네이버, 다음, 인터파크처럼 벤처기업이 혁신기업으로 스케일업(규모확대) 할 때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정책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벤처 DNA를 중진공에 심어 새롭게 도약하자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김현태 중진공 부이사장. 사진/중진공
 
최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외부 환경요인이 중소벤처기업에게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중진공의 역할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중소벤처기업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돌파하고 혁신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생산성 향상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형 스마트공장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공장 배움터'는 오픈 플랫폼 커뮤니케이션 아키텍처(OPCUA)를 적용한 고도화된 스마트제조 데모공장이다. 2017년 경기도 안산 중소벤처기업연수원에 구축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2개소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등 4차 산업혁명 최신 기술을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습키트 등을 마련해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스마트공장 배움터가 추가 개설되면 제조현장 스마트화 자금 5000억원과 연간 1만명에 달하는 전문인력 양성으로 중소벤처기업의 스마트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일자리 창출은 문재인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국정과제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진공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창업 준비부터 졸업 후 성장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개발자금은 총 사업비 70%(1억원 이내), 창업공간은 사무실과 시제품 제작터를 각각 지원한다. 창업교육은 창업실무 위주로 전담교수가 1대 1 코팅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융자와 투자, 마케팅을 연계해 지원이 이뤄진다. 
 
2011년 개교 후 제8기 가을학기 졸업생을 포함해 총 2900명에 이르는 청년 최고경영자(CEO)를 양성했다. 이들은 매출 1조9000억원, 7000여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냈다. 청년들 사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9기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생 1000명 모집결과 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서울은 무려 8대 1에 달했다. 의사와 회계사, 박사, 외국인, 제대군인 등 다양한 경력의 유능한 청년 창업가들이 많이 입교한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스케일업금융 사업에서는 어떤 성과를 냈나.
 
올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천보는 지난 2011년 충북 충주소재 기업으로 액정표시장치(LCD) 첨가제를 만드는 업체로, 기술 사업성을 높게 평가해 전환사채(CB) 인수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 케이스다. 천보는 최근 LCD 식각액 첨가제 세계 시장 점유율 95%, 지난해 매출액 1200억원, 직원 120여명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앞서 1998년 김대중정부 시절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로 인터파크, 다음, 안랩 등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CB를 활용한 자금조달로 혁신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도 있다. 천보처럼 전통 제조업도 스마트화하고 스케일업하기 위해 지난해 스케일업금융 예산 1000억원을 반영한 데 이어 올해 5000억원의 CB, BW, 상환전환우선주(RCPS) 활용 자금으로 130여개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지피클럽이 9번째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가 됐다. 유니콘 기업 발굴 관련 계획은.
 
유니콘기업은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해 일컫는 말이다. 상장도 하지 않은 스타트업 기업의 가치가 1억 달러를 넘는 일은 유니콘처럼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유니콘기업 보유국은 1위가 미국, 2위와 3위는 중국과 영국 순이다. 우리나라는 독일과 함께 5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는 비바리퍼블리카(핀테크), 우아한형제들(푸드테크), L&P코스메틱(화장품), 쿠팡(전자상거래), 옐로모바일(스타트업 연합), 크래프톤(게임), 위베프(전자상거래), 야놀자(프랜차이즈 호텔), 지피클럽(화장품) 등 총 9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다. 이 가운데 비바리퍼블리카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국내 최초 간편 송금 서비스인 토스를 개발한 2기 졸업기업이다. 
 
올해는 스타트업을 스마트화하고 스케일업해서 10개의 유니콘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17개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지역별 특화된 넥스트 유니콘 기업을 발굴해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지난 6월 열린 청년창업사관학교 제8기 가을학기 수도권 졸업식에서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가운데)과 졸업생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중진공
 
최근 한반도 정세 급변하면서 개성 공단 입주기업 지원과 북한 현지 합작법인 설립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진공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남북경협은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제재조치 해제, 정부 방침이 전제돼야 추진할 수 있다. 중진공은 2000년 정부의 중소기업 남북경협지원 방침에 따라 남북협력지원팀을 신설해 1600억원의 정책자금을 비롯한 컨설팅, 인력 등 개성공단 145개 입주기업을 지원한 바 있다. 아울러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안동대마방직, 나우코포레이션 등 북한 내륙진출 기업을 지원한 경험도 있다. 
 
남북경협에 대한 정부 방침이 마련되면 이런 경험을 토대로 속도감 있게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4월 남북경협 중심지인 파주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북진출 기업을 종합 지원할 평양혁신비지니스센터 설치와 개성공단 재가동 지원, 나진·선봉 등 북한 내륙진출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평사원으로 중진공에 입사해 부이사장이 되기까지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되었던 업무나 인상깊은 성과는 무엇인지.
 
1990년대 초 중진공이 정책자금 융자사업에서 직접 대출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경험을 잊을 수 없다. 당시 은행을 통해서 대리대출만을 해왔는데, 직접 대출이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주무부서인 재무부(현 기획재정부)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국회에서 근거법이 통과됐다. 
 
기관경영평가를 전담하는 성과관리실의 초대 실장을 맡아 역대 최고 성적(3등)을 받았던 경험, 기금운용실장을 맡아 중진공 최초로 '탁월' 등급을 획득했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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