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지난 25년처럼 징용피해자 진정한 해방 위해 맞서겠다"
"일본 정부도 청구권 살아있다고 판단"…대구 시민들과 통일헌법 만들고 있어
입력 : 2019-07-25 06:00:00 수정 : 2019-07-25 06:00:00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고조되는 반일 감정의 중심에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판결이 있다. 최봉태 법무법인 삼일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21기)는 지난 1995년 일제 피해자들을 위해 앞장섰다. 그는 일본전범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여전히 23일 미쓰비시가 보상을 하지 않아 법원에 자산매각을 신청하는 등 장기전을 이어가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돕는 일본인들 보고 충격 받아
 
22일 대구광역시 달서구 용산동 소재 법무법인 삼일에서 만난 최 변호사는 연일 일본 이슈로 바빠 보였다. 아베 신조 총리가 전날 있었던 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자 이에 변하는 정세에 맞춰 일제 피해자 구제 대책을 세우기 위해 일본 출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최 변호사가 일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4년 동경대 유학 시절부터였다. 그는 "노동법을 전공해 사회적 약자와 근로자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어떻게 보면 일제 피해자 사건 역시 과거 노동자 문제로 볼 수 있다"며 "유학 시절 일본 법원을 드나들며 일본 변호사들과 시민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알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일본인들이 그들의 정부를 상대로 재판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고, 그때를 계기로 우리나라 피해자들을 위해 나서게 됐다"며 "반일감정과는 다른 이야기인데 일제 피해자들을 위해 나섰던 일본인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일본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나은 일본을 위한 재판을 진행했던 것이다. 이들이 과거 일본의 잘못된 행위를 청산하지 않으면 일본은 다시 전쟁의 길로 가게 돼 있다"고도 경고했다. 
 
최 변호사는 이후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 추진' 제정추진위원과 사무국장에 이어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일제 피해자 소송에 있어서 1인자인 셈이다. 
 
그는 지난 2009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10년 후에는 일제 피해자들이 해방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동안 그는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 정보공개청구소송에 이어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대신해 일본전범기업과 싸워왔다. 지난해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5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배소에서 총 5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확정판결했다. 그러나 미쓰비시는 이행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2일 대구광역시 달서구 용산동 소재 법무법인 삼일에서 최봉태 변호사. 사진/최영지 기자.
 
"구제 지연에는 한국 사법부 책임 크다…사법농단 괘씸"
 
1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피해자 구제까지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최 변호사는 "과거 전쟁공조시대에서 이제 평화공존시대가 열렸고 이런 시대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인권을 대표하는 일제피해자들의 권리회복"이라며 "일본 정부는 아직도 한일협정을 들먹이고 있고, 시대착오적인 판단 때문에 구제가 지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변호사는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일협정 공개소송을 진행해 승소하기도 했다. 그는 "한일협정문서 공개소송에서 이겼지만 핵심 내용을 여전히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 사법부는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살아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청구권이 소멸돼 구제해주지 말라는 판단이 나오면 한국과 일본 사법부 판단이 달라져서 풀기 어려운데 일본 사법부는 (피해자들이) 구제 안되고 있다고 했고, 이는 청구권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을 구제하지 않은 채로 끝까지 가보자는 것은 자신들의 사법부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정부도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7년 중국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니시마스 건설 판결을 통해 "피해자 개인들의 실체적 권리까지 소멸된 것이 아니고, 기업은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일본 정부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법부와 일본기업을 대리하는 국내 대형로펌도 비판했다. 그는 "사법농단이 괘씸하다"며 "강제징용 소송도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를 열어서 공개변론을 진행했으면 이후 한일 갈등이 일어났을 일도 없었다. 한일 양국의 전문가 다 불러서 청구권 협정에 대해 토론하고 충분히 논의했으면 합의를 하던지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공개변론을 열어달라고 수차례 서면으로 요구했지만 답이 없었고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의심이 갔다"면서도 "설마 외교부와 청와대까지 개입해 선고를 5-6년 동안 미루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지적했다.
 
일본전범기업을 대리하는 로펌들에 대해서도 "피해를 입힌 기업이 사죄를 하고 배상을 하는 것이 상식이고 정의에 맞다"며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가치 있는 사건을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전범기업 편에 서야 하는 대리인들이 불쌍하다"고 평가했다. 또 "의뢰인의 이익을 진정으로 지켜주는 것이 대리인의 역할"이라며 "피고 회사가 법치주의가 잡힌 대한민국에서 전범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영업을 할 수 있겠냐. 이 기업을 대리하는 것은 결국 피고 회사가 아닌 로펌들의 이익일뿐이다. 원만하게 화해하도록 논의하는 것이 진정으로 의뢰인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고향 대구에선 시민헌법활동·제자양성
 
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수료 이후 고향인 대구로 내려와 변호사사무실을 차렸고, 지금은 대표변호사로 강제징용 소송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제자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서 대학만 서울에서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며 "서울에 집중된 수도권 중심주의를 분산시켜 지역민들이 골고루 다 잘 살아야 대한민국이 잘 살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어 "대구시민들과 통일에 대비해 통일헌법을 만들고 있다"며 "대구가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다는 지역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국채보상운동과 2.28 민주운동의 효시로 민주주의와 민족주의 운동의 본산이다"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대구시민들과 헌법을 만드는 일에도 동참하고 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들이 헌법을 만들 수 없으면 안된다"며 "남북한 통일 이후에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시민들이 직접 통일 헌법을 만들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이어 "영남대 로스쿨 학생들에게도 '돈과 권력과 명예는 동시에 추구해서 안된다'는 말과 함께 지방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며 "학생들도 우수하다. 영남대는 8회 변호사시험에서 합격률 70%를 기록해 서울대 로스쿨 다음으로 전국 2위를 차지했다"고도 말했다.
 
최 변호사는 강제징용 소송을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들은 아직도 해방이 안됐다고 말한다. 우리나라가 독립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고 마음의 해방이 오지 않은 것"이라며 "전쟁을 하다 한 두 번 질 수 있지 포기하면 안된다. 마음으로는 이기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폭 피해자들을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우리나라에 원폭 피해자들이 있는데 가해자들로부터 사죄 한 마디도 못 들었다"며 "정의가 회복되려면 미국기업과 미국정부 상대로 재판을 진행해 사죄와 진상규명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최봉태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회관에서 열린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한일청구권협정 및 강제징용 관련 소송 현황과 일제피해자 인권 회복을 위한 한·일 변호사 단체 활동 경과보고, 질의 응답으로 진행되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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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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