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성 이슈 아닌 장기전 우려, 자국 피해 고려했을 것"
통상전문가 인터뷰, WTO 제소 '원칙적 대응' 주문…"위기지만 기회"
입력 : 2019-07-04 18:48:40 수정 : 2019-07-04 19:23:09
[뉴스토마토 정초원·강명연·차오름·백주아 기자]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상대로 하는 경제보복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참의원 선거 기간을 넘어 장기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원칙적 대응을 하되 중장기적으로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를 기해야 한다는 주문도 쏟아졌다.
 
그래픽/뉴스토마토
 
4일 <뉴스토마토>가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관련해 경제·통상 전문가들과 인터뷰한 결과 상당수 전문가들이 장기전 가능성을 점쳤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진경제실장은 "일각에서는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경제보복도 철회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우리 정부에 강제징용 관련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고 있는데,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분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찬국 전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는 "일본 기업들이 강제징용과 관련해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라 단발성 이슈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허 전 교수는 "일본도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 선거 등 정치적 요소를 고려한 단기성 정치적 이슈로 해석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출 규제)시작 전부터 일본 기업들의 이해관계 충돌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황을 더 엄중하게 봤다. 윤 교수는 "(일본이) 작정을 하고 시작을 한 것 같다"며 "우리의 최고 산업인 반도체에 타격을 주려는 느낌이 든다"고 봤다. 이어 "단순한 통상 마찰을 넘어선 불안한 면이 있다"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펼쳤던 정책을 일본도 한국을 상대로 전개하는 것 같다"고 비유했다. 
 
반대로 21일 참의원 선거 후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선거를 앞두고 '쇼잉(showing)'하는 것"이라며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의 신뢰를 잃은 측면이 있어 다른나라들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경제보복이) 막판까지 갈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WTO에 제소하는 등 원칙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랐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똑같은 무역보복을 하기보다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한일 양국의 문제로 국한해 볼 게 아니라 국제적 문제로 인식하고 WTO에 제소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본이 정치 이슈를 통상문제로 확대한 것은 WTO 정신에 위반된다"며 "우리는 명분이 있으므로 약하게 나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과의 갈등을 조기에 봉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불공정 무역에 가까운 부분이 있어 우리가 WTO 제소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설사 이긴다 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우리 기업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기본적으로는 갈등을 키워서 좋을 일이 없어, 가급적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현재 한일 대화 채널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대화라인 복원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한국 정부로서는 뚜렷한 스탠스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답이 없는 문제라 맞불작전을 펴도 문제고 가만히 있어도 문제"라며 "일본은 사안에 대한 내부 지지도가 높아 정부 차원의 아젠다를 뚜렷하게 가져갈 수 있는 반면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장기적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규판 실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에게 불리한 게임은 아니다"며 "정부 발표대로 부품 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여서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일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산업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초원·강명연·차오름·백주아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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