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피플)"미션이 이끈 노인요양 외길…전 세대 복지로 키운다"
(사회적기업가를말하다)"가족해체 야기하는 저출산 해결해야 고령화 문제도 잡힌다"
"왜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좌절도 없다"
2017-02-09 15:40:40 2017-03-21 10:56:06
한국사회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만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은 내년 14.3%, 2025년 20%로, 매우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평균연령은 지난 2015년 40.4세로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했고, 오는 2020년에는 42.7세로 늘어난다. 반대로 젊은이들은 줄어들고 있다. 2000년 63만명 수준이었던 출생아 숫자는 2015년 43만명으로 급감했고, 2020년에는 34만명 수준으로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인구절벽'에 직면했다.
"고령화로 인한 치매·중풍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저출산으로 대가족은 해체됐습니다. 예전과 같이 가족만으로는 노인의 요양보호 기능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구조가 된 겁니다." 사회적기업 동부케어의 진락천 대표는 가족의 요양보호 기능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가 펼치고 있는 고객 맞춤형 종합사회복지서비스와 사회적기업 생태계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진락천 동부케어 대표.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시 동부케어 본사에서 마주한 진락천 대표. 회사의 사업내용에서부터 핵심 전략, 향후 비전을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명료하다'는 표현이 적합했다. 짧지만 군더더기 없는 진 대표의 말투에는 노인 요양복지 하나만을 바라보며 걸어온 그의 인생사가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진 대표의 인생 이력을 들으니 이내 수긍이 됐다. 그는 2008년 동부케어를 설립하기 전 20여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몸 담았던 사회복지정책 전문가다. 신생아, 산모, 어린이, 장애인, 치매·중풍 어르신을 대상으로 고객 맞춤형 종합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부케어 역시 그가 공단 시절 겪었던 경험과 고민들 끝에 설립됐다. 
 
20년 공무원서 지역 대표 사회적기업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근무할 당시 의료보험 통합 문제를 놓고 노동조합에서 활동하게 됐다. 다양한 시민단체들과 함께 건강보험 통합 문제를 논의하다가,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을 주도했다."
 
동부케어의 시작이었다. 진 대표는 "당시 노인장기요양보험 입법을 준비하며 고령화, 저출산과 관련 수많은 데이터를 작성하면서 관련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들여다보게 됐다"며 "2007년 법안 통과 후 공단에서 명예퇴직했지만, 결국 다시 이 일로 돌아오게 되더라"고 멋쩍게 웃었다. 2008년 동부케어를 설립하면서 그는 공무원에서 사회적기업가로 명함을 달리하게 된다. 
 
걷는 길은 달랐지만, 방향이 같았기 때문일까. 동부케어의 성장속도는 남달랐다. 매출 연간성장률이 평균 30%를 웃돌았다. 최근 매출액 규모를 보면, 2014년 21억원, 2015년 32억원, 지난해 41억원으로 매년 급성장했고 올해에는 80억원 이상을 목표로 설정했다. 
 
인재육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기업 역할도 빠르게 확대됐다. 현재 동부케어의 고용인력은 417명이며, 이중 취약계층 비중은 51%에 이른다. 요양보호사를 비롯해 산모·신생아건강관리사, 아이돌봄 선생님(도담이) 등 자격증 및 수료증 취득을 돕는 교육사업을 전개 중이며, 매년 300명 이상 전문자격사들을 배출하고 있다. 2008년 설립 이후 2010년 사회적기업 진입을 준비했고, 2011년 11월1일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 2013년 9월9일 사회적기업 인증까지 일사천리로 달려오며 화성시를 대표하는 사회적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출산부터 장례까지'…전 세대 아우르는 종합복지
 
진 대표는 그럼에도 동부케어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는 "초고령 사회 진입까지 남은 시간은 8년 정도로, 노인인구는 매년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라며 "동부케어가 빠르게 성장했다고들 하지만, 시장이 성장하는 속도를 고려하면 앞으로 기회는 더욱 많다"고 강조했다.
 
비단 외형만이 아니다. 당초 노인장기요양 복지 서비스에서 시작한 동부케어의 사업영역은 현재 산모·신생아, 아이돌봄 등은 물론 장애인까지 확대돼 있다. 어르신부터 산모·신생아,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 직접 방문해 가사, 간호, 육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진 대표는 "고령화에 따른 노인 요양복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해체를 야기하는 저출산 현상을 보육서비스 등을 통해 해결하는 방향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으로서가 아닌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 확대라는 점은 특히 주목할 대목이다.
 
올해는 동부케어가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새로 예정된 사업으로는 호스피스, 고령 친화 기기 및 용품 제조 등이다. 호스피스 사업은 인생의 끝을 앞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이뤄주고 유서와 유품 정리 등을 돕는 일종의 보험서비스며, 고령친화기기 사업은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기기들을 사회적기업들의 제조용품들로 공급하는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 사업이다. 진 대표는 "지난 기간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과 SK 사회성과인센티브 등 대기업들의 도움 속에 다양한 도전을 통해 사업을 펼쳐왔다면, 올해 새로운 사업 전개를 기점으로 자력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동부케어 평택지점 주간보호센터가 지난해 10월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 선생님, 방문요양 선생님, 자원봉사자, 작업치료학과 실습생들과 함께 안성팜랜드에서 나들이를 가졌다.사진/동부케어
 
"사업 죽어도 미션은 죽지않아…문제 해결 의지가 중요"
 
뚜렷한 소신을 바탕으로 동부케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그인 만큼 후배들에게도 사회적기업가로서 확고한 사회적 가치를 갖기를 주문했다. 진 대표는 "다들 아이템만 강조하는데, 사회적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미션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며 "왜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갖춘 사업은 절대 좌절하지 않을 것"고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아무리 좋은 사업 아이템을 갖고 시작하더라도 시장이라는 것은 곧바로 경쟁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라며 "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한 끝에 어떤 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해낸다면 그 사업의 성공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부연했다.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기업들에게는 공동체 활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권했다. 진 대표는 "미션을 갖고 살아남은 각각의 작은 사회적기업들이 한 데 모여 협업하면 그 시너지는 엄청나게 커진다"며 "우리가 사회에서 맡은 소임을 다하는 가운데, 함께 모여 한 목소리를 낸다면 변화도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각기 처한 사회적, 사업적 아쉬움들 역시 공동체를 통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다.
 
진 대표가 경기도사회적기업협의회 공동대표와 화성사회적경제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그는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자리 잡은 사회적기업가로서 후배들을 위한 노력은 의무이자 당연한 책임"이라며 "'화성시는 한국 사회적경제의 대표적 롤모델'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질 때까지 지역내 사회적기업들을 한 데 모으고, 민관협력이 이뤄지도록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