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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유가 100달러 시대(1) -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번지나?
2008-02-20 11:53:14 2011-06-15 18:56:52
유가(油價)가 인플레이션의 마지노선으로 일컬어지던 100달러를 돌파했다.

19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3월 인도분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1센트로 마감했다.

유가가 올해 1월 2일 장중 100달러를 넘어선 적은 있었지만 마감 종가 기준으로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번 유가 급등의 배경에는 텍사스정유시설 폭발사고와 베네수엘라의 미 Exxon Mobil사로의 원유 공급 중단, 2005년 이후 미국 원유 재고 감소가 최저치를 기록한 것을 꼽을 수 있지만 달러 약세 기조와 미 연방은행(FRB)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가세한 것도 배경의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오는 3월 5일 개최 예정인 정례 OPEC의 회의에서는 유가 100달러 돌파에도 불구하고 감산과 관련된 안건이 주종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OPEC이 증산을 결정하더라도 추가 증산 여력(Spare Capacity)은 일일 기준 268만 배럴로 지난 2002년 564만 배럴 대비해서는 상당 폭 줄어들었다.

문제는 미국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유가가 고공행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의 일시적 급등 현상은 추세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과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에 비추어 볼 때 기조적 강세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다소 낙관적인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곡물가격의 속등과 금, 은 등 달러 약세를 대체할 투자자산의 매력으로서 유가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상품이라는 점에서 섣부른 낙관을 경계한다.

미국의 경기 침체로 인한 미국의 원유수요 감소와 세계 경제의 경기 침체 파급 영향력이 증대됨에도 불구하고 신흥개도국인 중국과 인도의 수요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이 반론의 핵심이다. 게다가 곡물 시황은 밀 을 중심으로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작황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세계경제의 주름살을 짙게 하고 있다.

미국이 경기침체를 방어할 수 있는 현재의 수단으로서 금리 인하 카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빠르면 3월 중 미 연방은행의 25bp 이상의 추가 금리 인하를 월 가(Wall Street) 는 이미 상정에 놓고 있다. 금리 인하로 인해 미 경기의 침체가 누그러지며 유가도 하락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스러운 시나리오이지만 시장이 미 FRB를 비롯 G7 중앙은행의 정책공조와 정책당국자의 의도대로 움직이기 위해선 OPEC의 도움이 절실한 데 OPEC가 세계경제에 커다란 파급효과가 있을 재난이나 전쟁의 발발이 아니라면 스스로 증산을 통해 유가가 하락하길 바라는 시나리오는 현재로서는 실현되기 어려운 가능성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다수 시장전문가의 낙관적인, 유가의 일시적인 급등세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속등으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는 기우가 아니라 현실로 파급될 전염성을 묵과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절대로 가볍게 다뤄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의 경기침체에 수반된 유가의 급등은 실물경제에도 커다란 부담을 준다. 미 경기 침체의 뇌관 역할을 하고 있는 주택시장의 침체 징후는 19일 발표된 전미주택건설협회(NABH) 2월 지수가 20(50을 기준으로 50을 하향시 부정적 주택경기로 봄)을 기록하며 예상치 19보다는 웃돌았지만 여전히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는 최악의 국면에서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은 정도로 평가해야 옳을 듯 하다.

19일 발표된 중국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11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7.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춘절과 폭설의 영향으로 일시적 급등이라는 안도감도 잠시, 중국은행은 긴축이냐, 위안화 절상이냐라는 두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와 곡물가격의 생산자 물가 전이(轉移)는 지난해 보다 올해 본격적으로 반영될 공산이 크다. 세계경제가 누리던 중국산의 저렴한 공산품의 수출 가격에도 올해 하반기에는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물가지수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단기로 100달러 밑으로 다시 하회하더라도 90달러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경우 세계 경제의 다운사이드 리스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물가가 앙등하며 경기가 후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도 낳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는 상반기 중 인플레이션 부담은 여전히 경계해야 할 사안임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뉴스토마토 이현민 기자 (roy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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