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의 와중에서 소액주주 운동을 내세우며 의결권을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 이득을 취하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는 행위와 관련해 적법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며 코스닥 시장에서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버추얼텍의 경우 한달 사이에 대주주가 두번이나 바뀌며 심각한 경영권 다툼을 빚고 있다.
버추얼텍의 경영권 다툼 조짐은 지난 2일 홍재성씨가 경영참여 목적으로 버추얼텍 주식 189만 9364주(14.62%)를 매수했다고 공시하며 최대주주가 된 것이 발단이었다. 그 이후 서지현 버추얼텍 사장이 경영권 방어차원에서 주식을 추가 매입하면서 지난 16일 버추얼텍 최대주주는 서 사장(지분율 14.66%)으로 다시 바뀌었다. 하지만 지난 22일 홍재성씨 외 2명의 보유지분율이 385만9521주(29.1%)로 늘어나면서 버추얼텍의 최대주주는 다시 홍재성씨 외 2명으로 변경됐다. 그리고 지난 29일 홍재성씨가 버추얼텔 주식 58만3719주(4.49%)를 추가확보하면서 홍씨가 보유하고 있는 총 주식은 248만3083주(19.11%)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경영권 다툼의 와중에서 소액주주들의 움직임까지 가시화되고 있으며, 소액주주들의 권익확보 차원에서 벗어나 경영권 다툼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
소액주주 운동의 주체는 증권정보 웹사이트에서 백묘(白猫)라는 아이디를 사용해 '버추얼텍 좋은 주주 모임'이라는 카페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 카페 운영자는 버추엘텍의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며 향후 회사 방향이나 비전에 대해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있는 대주주들에게 향후 회사 방향이나 비전을 물을 것이라고 게시판을 통해 밝히고 있어 그 적법성 여부에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증권거래법 제 209조 제 1항, 제 199조 제 1항에 의하면 누구든지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상장주식 또는 코스닥상장주식의 의결권을 자기 또는 타인에게 대리해 할 것을 권유하지 못하게 돼 있다. 또한 증권거래법 시행령 제 85조 제 1항은 권유와 동시에 또는 그 권유에 앞서 의결권의 대리행사에 관하여 금융감독위원회가 정하는 바에 따라 작성한 참고서류를 송부하고 재정경제부령이 정하는 장소에 비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게시판에서 의결권 대리를 모의하거나 권하는 것은 증권거래법상에서 정한 규정에 어긋나는 셈이다.
이와 관련, 버추얼텍 측은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인터넷 카페 내에서 일어나는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이 의심스럽다"면서 "그 카페 회원들이 기존 자사 주주들이 아닌 지난해 12월말 적대적 M&A세력이 주식을 매입하던 시점과 비슷한 시기에 주식을 매입한 주주들인 것 같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편 카페 운영자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최근 주가 폭락으로 소액주주들이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면서 나쁜 의도는 없으며 앞으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한 "소액주주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회사 발전을 위한 것이 목적이며, 소액주주들에게 방향을 제시했을 뿐 주식 매수나 매도 지시를 내린 바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카페 운영자는 불특정다수의 주주들을 상대로 증권거래법 시행령에서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버추얼텍 회사 주식의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했고, 대리행사를 권유하기 전에는 물론이고 현재까지 금융감독위원회에 참고서류를 송부하거나 이를 비치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음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의결권 대리행사에 대한 적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적대적 M&A를 통한 경영권 분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토마토 권승문 기자 (ksm1201@etoam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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