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이른바 '가평 계곡 살인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 주범 이은해(32)가 8억원의 남편 사망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최근 보험사기 사건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사건의 재판 결과가 나오면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법원 "이은해 보험사기"
서울지방법원 민사합의18부는 5일 이은해가 신한라이프를 상대로 낸 남편 명의 생명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이 이은해 사건에 대해 보험사기가 맞다고 다시금 인정한 셈입니다.
보험업계는 이번 판결을 크게 환영하고 있습니다. 이은해 사건이 도마 위에 오른 계기이자 보험사기 가운데 가장 주목도가 높은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신한라이프는 해당 사건이 보험사기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사고 경위는 물론 보험수익자인 이은해는 법정 상속인이 아니었고, 나이와 소득에 비해 보험료 납입 규모가 큰 점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험업계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 처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험사기가 강력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보험업계는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보험사기 목적 강력범죄를 가중처벌하고, 범죄자 명단을 공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보험사기를 알선하거나 권유한 사람 역시 보험사기 행위자와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고, 금융당국이 관계기관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7년 동안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는데 보험사기 수법은 지능화·조직화하고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은해 사건으로 보험사기 이슈가 주목을 받을 때 개정안 통과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명 ‘계곡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은해(사진)가 남편 생명보험금을 달라고 낸 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사진=뉴시스)
여야, 보험사기방지법 개정 이견 없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법사위 회의가 미뤄지고 있지만 별다른 '장애요소'는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사법부에서 반대할만한 내용은 개정안 발의 과정에서부터 제거했고, 쟁점이 될만한 사안은 정무위 심사에서 이미 논의했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반대할만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여야 간 의견 차가 없어 법사위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법안 처리 시기는 안갯속입니다. 정무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법사위에 우선처리 법안으로 상정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하는 등 빠른 통과를 위한 소통에 열을 기울이고 있다"며 "본회의 일정에 따라 법사위 회의 일정을 잡는데, 아직은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심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도 "10월부터 국정감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그 이전에 법사위 개최가 어렵다면 법안 처리는 연말, 또는 내년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8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개정안, 보험소비자 피해 우려도
보험사기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두고 보험소비자들 사이에선 우려도 나옵니다. 선량한 보험소비자에 대해 보험사기를 의심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보험사와 소비자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법이 개정되면 보험금 지급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암 투병 중인 보험소비자 A씨는 "암보험금을 받지 못해 보험사에 민원을 넣었는데, 보험사기 관련 법이 강화된다고 해 걱정스럽다"며 "보험사들이 소비자를 보험사기범으로 보고 지급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보험사기 방지의 궁극적 목적이 선량한 보험소비자 보호를 위한 것인 만큼 개정안에도 이같은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한세영 변호사는 "개정안을 보면 보험사기로 조사가 이뤄지는 절차에서 보험사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기 혐의가 있다고 보고 조사를 했으나 실제로 혐의가 없는 사례일 경우 보험사에도 패널티를 부여해 무분별한 소송전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보험사기로 조사를 받고 실제 재판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10분의 1 수준으로 극히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많은 보험사기 의심 사례 중 실제 문제가 있는 사례는 일부분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습니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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