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즈금융서비스 설계사, 종신보험 속여팔고 대필서명
"연금보험과 유사" 저축성보험으로 오인 유도
계약 해지 과정서 설계사 폭언까지
에즈금융서비스와 해당보험사 ABL생명 등 아무 조치 안해
2023-08-25 06:00:00 2023-08-25 06:00:00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을 100% 지급하는 상품인데요. 자살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가입자는 사망의 원인과 관계 없이 종신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적에 눈이 먼 일부 보험설계사는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하도록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소비자가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기 전에 가입을 신속히 하기 위해 대필 서명을 하는 사례도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저축성보험으로 둔갑한 종신보험 
 
24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A씨는 3년 전 ABL생명의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매달 140만원씩, 총 2000만원 가량의 보험료를 납부했습니다. 문제는 A씨는 해당 상품을 종신보험이 아닌 저축성보험으로 알고 가입한 것입니다. 보험설계사가 종신보험인 것으로 의도적으로 숨기고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판매한 겁니다.
 
A씨와 보험설계사 간 통화 녹음을 들어보면 설계사는 "연금보험과 종신보험의 공통점은 복리, 이자율을 받는다는 것, 비과세 혜택이 있다는 것"이라며 해당 상품이 저축성 상품으로 오인하도록 설명했습니다. 또한 "요즘은 계속 이자가 줄어들어 마이너스 금리로 가고 있지만 이 상품은 확정금리를 준다"며 타 저축상품의 특성과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설계사는 해당 종신보험이 '사망 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았고, "사망 보장도 받는다"고만 설명했습니다. 또한 연금저축이나 변액보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언급하면서 '저축', '저금'이라는 단어도 여러번 반복해 사용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보험설계사가 A씨의 서명을 위조해 계약서에 날인한 것입니다. A씨의 평소 필체와도 전혀 다른데다, 해당 계약서가 작성된 시점은 A씨가 근무 중으로 서면 계약서를 작성할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제대로된 계약서를 확인할 수 없어 장시간 해당 상품이 어떤 내용인지 제대로 인지하기도 어려웠습니다.
 
A씨는 월 250만원 가량의 급여를 받아 절반 이상을 보험료로 내고 있었는데요. 금전적 부담이 커지면서 A씨가 보험 계약 내용을 다시 살펴보면서 부당 계약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중도 해지를 하더라도 환급금이 46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A씨는 보험사에 계약 해지를 요청하고, 설계사와의 상담 내용 녹취와 자신의 본래 필체, 서류 작성 시간 당시 근무 중이었음을 증명하는 객관적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결국 해당 보험사는 A씨의 문제 제기를 모두 인정하고 납입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기로 했습니다.
 
계약해지 요구하자 설계사 폭언도
 
하지만 보험 해지 과정에서 A씨는 보험설계사로부터 폭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A씨와 설계사 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설계사는 "착한척 다하는 양아치야 뭐야" "이럴 시간에 일이나 하세요" 등의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A씨는 "마지막까지 보험설계사는 불완전판매를 인정하지 않고, 저를 위해 민원 요청을 수용한 것처럼 말했다"며 "보험료 환불이 결정된 것은 보험사에서 문제가 있었던 계약임을 인정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습니다.
 
보험사도 해당 보험설계사에게 추가 조치를 내리진 않았습니다. 보험대리점(GA)인 에즈금융서비스 소속 설계사로 ABL생명의 보험을 판매한 것인데요. 소속 설계사가 아니다보니 회사 차원의 징계를 내리는 등 관리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원수보험사에 소속된 설계사와 달리 대리점 설계사는 개인사업자 성격이 강해 관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계약상 문제가 생겨도 보험사 차원에서 직접 설계사에게 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보험료를 받았지만 금전적 피해는 불가피했습니다. 2000만원 가량의 돈을 보험료로 내는 대신 다른 곳에 투자했거나 적어도 은행 예·적금에 맡겼다면 이자 수익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발생할 수 있었던 추가 수익을 A씨가 돌려받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한세영 한앤율 변호사는 "보험사는 해당 계약이 체결된 시점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그간 납부한 보험료 이상의 돈을 보험사로부터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보험설계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 받아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종신보험은 불완전판매가 가장 빈번한 상품이기도 합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상품별 민원건수를 보면 종신보험이 2216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보장성보험(1337건) △변액보험(555건) △연금보험(349건) △저축보험(84건) 순입니다. 또한 민원 유형을 보면, 같은 기간 민원의 대부분은 판매(2392건)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보험금 지급(1594건)이나 보험계약 유지(340건)와 비교하면 1.5배에서 7배까지 차이가 난 것입니다.
 
올 2분기 기준 생명보험 민원을 분석한 결과, 종신보험 민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료 = 생명보혐협회, 그래픽 =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