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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1년, 사라진 환경부…친기업으로 빗장 풀기만
산업 부문 탄소중립 감축 목표 줄여
케이블카·제주 2공항 등 온갖 규제 철폐
"글로벌 기업 경쟁에서 잘못된 시그널 줄 수도"
2023-05-08 06:00:00 2023-05-08 11:35:42
 
 
[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윤석열 정부의 환경 정책이 규제 개선 완화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친기업’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전 정부 시절 산업계를 대상으로 단호한 환경 규제를 펼쳤던 것과 달리 산업계와 친선을 유지하는 ‘회유책’ 전략이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특히 유일한 환경 규제 부처인 환경부가 산업계 소통에만 치우쳐 환경 정책을 등한시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조에 역행한다는 평가도 지배적입니다.
 
지난해 5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탄소중립 달성에 양대축인 ‘2050탄소중립’과 ‘2030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등을 이루기 위한 컨트롤타워와 로드맵 등에는 변화가 감지된 바 있습니다.
 
국내 산업 부문이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목표치를 기존 14.5%에서 11.4%로 하향 조정하는 등의 내용이 논란의 중심이었습니다. 산업계는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높다며 꾸준히 수정을 요구해 왔습니다.
 
또 탄소중립 목표 달성 과정에서 정의롭고 안정적인 전환을 위해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력 믹스를 구성하겠다는 구상도 펼쳤습니다. 지난 정부가 강조했던 ‘탈원전’ 기조와 대립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가장 큰 감축 책임이 있는 산업계에 강력한 규제와 감축 책임을 부과하는 기본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여전히 반발 중입니다.
 
환경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환경규제 혁신 방안’을 포함해 총 177건의 규제혁신 과제를 추진 중입니다.환경영향평가는 과학·데이터 활용을 통해 조사의 범위·항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등 절차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환경부 수장인 한화진 장관은 국내 대표 경제단체들과 여러 기업들을 방문해 환경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 장관은 "환경이란 한 번 훼손되면 복원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경규제를 경직적으로 설계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술혁신이 가속화해 규제 수단·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환경부는 최근 40여 년간 찬반 논란이 이어졌던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에 허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는 '부동의'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2015년 용지 선정 이후 8년간 표류해온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또한 환경평가 문턱을 넘었습니다. 이번 조치로 과도한 환경 규제에 발목이 잡힌 각종 개발 사업의 빗장을 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2023년 업무 목표로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100조원 수출 달성'을 내세웠습니다. 탄소중립·순환경제·물산업 등 녹색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수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마치 산업부의 업무보고라고 착각이 들만한 대목이였습니다. “환경부가 규제 부처 본연의 역할을 잊고 진흥부처 산업부의 이중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환경 정책이 규제 개선 완화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친기업’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사진은 환경산업협회 주요 회원사와 간담회하는 한화진 장관. (사진=뉴시스)
 
기업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그 동안 지나친 환경 규제로 인해 마지막 단계에서 기업들의 투자가 보류되는 경우가 있어 기업들은 불만을 꾸준히 제기해 왔습니다.
 
반면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새 정부가 출범하고 환경부가 4대강 회복과 물 환경 관련 정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친기업 정책을 우선하면서 환경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제 사회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 저감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조에 역행한다고 지적합니다. 
 
한 환경공학 전문가는 "과도한 환경규제는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은 현실이지만, 환경영향평가 부담을 과도하게 덜어주는 것 등은 우려스럽다. 글로벌 친환경 기조 트렌드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장기적보다는 단기적 규제 개선 위주"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정작 시급히 기업들이 원하는 정책은 빠져있다. 최근 글로벌 산업으로서 가장 핵심적인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 규제를 혁신적으로 풀어줘야 하는데 이런 내용은 정작 없다. 환경 규제 부분에서도 시대적 흐름을 잘 읽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제 사회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 저감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데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쪽으로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며 "탄소감축에 크게 지원도 안하고 감축도 안하겠다는 건지 기업들은 속앓이 할 수 있다. 우리 산업계에 도움이 되는 전략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국민 절반 이상은 윤석열 정부가 환경정책을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최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전국 만18살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윤석열 정부의 환경정책 전반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가 55.8%(매우 잘못함 45.6%, 다소 잘못함 10.2%)로 나타났습니다. 
 
긍정 평가는 36.1%(매우 잘함 20.9%, 다소 잘함 15.2%)에 그쳤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규제 개선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친기업’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진은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반대 도보행진.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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