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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선에 선 대통령실, 사사건건 민주당과 충돌
대통령실 직접 반격에 국민의힘 공간도 실종…"모든 부담은 대통령이 떠안게 돼"
2022-12-01 15:55:59 2022-12-01 16:13:13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대통령실이 최근 사사건건 민주당에 반격하며 정국 경색의 최전선에 섰다.
 
대통령실은 '부산엑스포-사우디아라비아 수주 거래설'을 제기한 민주당을 향해 "가짜 뉴스", "저질 공세" 등 거친 어조로 맞받았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 30일 서면 브리핑에서 "야당은 대통령이 마치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거래해 부산 엑스포 유치를 포기한 듯 마타도어를 퍼뜨리고 있다"면서 "다른 나라 정부까지 깎아내리고 모욕한 외교 결례와 국익을 저해한 자해 발언에 사과하지 않는다면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협치 대상인 야당에 대한 발언으로서는 수위가 강하다'는 기자들 지적에 "진짜 뉴스에는 진짜 뉴스대로 협치하겠죠"라며 "언어라고 하는 것은 상당량의 진실과 상당량의 책임을 늘 반영하는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민주당도 서면 브리핑을 내고 "야당에서 재차 질문했다고 해서 '수준 이하의 저질 공세'라니 황당하다"고 발끈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대통령실이 야당 질문에 적의로 가득 찬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 "야당을 협력해야 할 파트너, 국민을 모셔야 할 주권자로 존중했다면 나올 수 없는 태도"라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언제까지 망언, 매국 행위를 일삼는 정치인들이 정치판에 보이는지 두고 보겠다"며 강경한 어조를 유지했다. 이 관계자는 "그 발언을 한 정치인은 국민과 언론에 어떤 팩트와 정보를 갖고 한 건지, 무책임한 가짜뉴스 생산자로 자임하고 나서는 건지(밝혀야 한다.) 책임정치의 실종"이라며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신종 사기, 신종 적폐"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언제까지 망언과 매국행위를 일삼는 정치인들이 정치판에 기생할지 모르겠다"면서 "국회가 거듭나려면 이런 부분들은 윤리위원회 같은 부분에서 정제할 필요가 있다"고 국회 차원의 조치를 요구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심장병 환아와 찍은 사진에 조명을 썼다는 의혹을 제기한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을 형사고발 조치한 바 있다. 대통령실이 현역 국회의원이자 제1야당 최고위원을 형사고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강대강 대치를 넘어선 전쟁으로 여겨졌다. 
 
용산 대통령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을 향한 대통령실 기류는 강경 모드로 굳어지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6개월이 넘었지만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은 기약조차 없다. 이와는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한남동 관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송년회 겸 만찬 회동을 가졌다. 통상 해외 순방 이후 여야 지도부를 불러 외교 성과를 설명하던 관례도 깨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두 차례 국회를 찾았다"며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대표와 간담회를 가지는 것이 상례인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야당 지도부의 거부가 있었다고 기억한다"고 답했다. 앞서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있었던 비속어에 대한 사과 거부를 이유로 국회 시정연설과 시정연설 전 차담회 등에 불참한 것을 지목하며 책임을 야당으로 돌린 것이다. 
 
대통령실이 사안마다 민주당과 직접 대치하면서 국민의힘의 공간은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이 국면에서 밀릴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이 법치를 앞세우면서 강경 기류로만 가다 보니까 대통령실과 여권 전체도 강공 모드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그는 "여당이 대통령실의 강경 기조를 유연하게 조율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인물도 구조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 불가라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확인되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발로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 우리는 국정조사를 전면 보이콧할 것"이라는 초강경 발언도 나왔다.
 
대통령실이 야당과의 최전선에 서면서 협치는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결국 협치 주체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비판을 받을 소지가 많다"면서 "대통령실과 야당의 강대강, 제로섬 게임이 장기화되면 대통령제 하에서 모든 부담은 대통령이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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