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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예금금리 인상 자제하라"…은행권 '모르쇠'
"자금조달 위해 당분간 수신금리 인상 불가피"
2022-11-23 06:00:00 2022-11-23 0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금융당국이 자금 쏠린 현상이 은행권에 집중되자 예금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지만, 수신금리 인상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시중은행 예금 상품 최고 금리는 연 5.40%, 저축은행 예금 상품 최고 금리는 6.10%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5%대를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일이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정기예금 잔액은 808조2276억원으로 한 달 새 47조7231억원 불어났다.
 
시중의 자금이 은행권에 집중되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예금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것이 불가피하나, 은행들이 금리 상승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경제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 역시 저축은행권에 비슷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알려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상승 기조여서 예금금리도 이를 거스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금리 조정을 너무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말아 달라는 차원에서 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은행권에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이 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여 유동성 악화를 초래하고,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단속에 나섰지만, 은행들 역시 은행채 발행 축소로 자금 조달에 힘이 부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예금금리 인상 자제령을 따르긴 힘들 전망이다.
 
특히 오는 2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앞으로 시장금리는 계속 오르고 은행권 수신금리 상승 역시 불가피하다. 
 
또 금리인상기에 은행 예금으로 이자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얻으려는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어서 금융당국의 예금금리 자제령은 업계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은행들은 금리 인상 자제령에도 예금금리를 올렸다.
 
Sh수협은행은 지난 21일 Sh플러스알파예금(2차) 기본금리를 0.5%p 인상해 최고 금리가 시중은행 예금 상품 중 가장 높은 연 5.3%로 판매하고 있다. NH농협은행도 같은 날 NH올원e예금 금리를 0.2%p 올려 최고 금리를 연 5.1%로 상향 조정했다.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수신금리가 계속 오르면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 대출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보니 금리 인상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에 억울함 토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채 발행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원가성 예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마당에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정기예금 상품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며 "조달비용과 수익성을 고려하면 정기예금 금리를 크게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업계는 금융당국 권고에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 예금금리 인상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의 예금금리 인상 자제령이 예대마진 격차 축소를 강조하며 예대금리차를 공시했던 입장과 상반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공시 시작 이후 처음으로 예대금리차가 축소됐다. 은행권 수신금리 경쟁으로 예금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와 차이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내 17개 은행이 신규 취급한 예금 등 저축성수신과 가계대출 금리 차이 평균은 전월 대비 0.52%p 하락한 1.8%p로 나타났다.
 
결국 예금금리 인상을 두고 은행들 간에 눈치싸움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저축은행 업계도 예금금리 인상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중은행과 수신금리 경쟁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는 상대적으로 건전성, 안정성이 취약하다는 인식 때문에 지금처럼 수신금리 경쟁이 지속된다면 제2금융권 자금 이탈은 계속될 것"이라며 "예·적금 의존도가 높은 저축은행으로서는 시중은행에 맞춰 예금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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