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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혁신 중기를 만나다⑥)눈비에 강한 CCTV로 스마트시티 꿈꾸는 마이크로시스템
NET 이어 NEP도 획득…판로 열려
2022-11-10 06:00:00 2022-11-15 10:18:29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CCTV 카메라에 물을 뿌리자 물방울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주르륵 떨어졌다. 세정을 위한 별도의 작동버튼을 누른 것도 아닌데 순식간에 물방울이 카메라 렌즈 앞에서 말끔히 사라졌다. 자세히 보니 CCTV 카메라 렌즈가 아닌, 그 위에 한겹 더 설치된 유리에 물이 뿌려졌고, 이 유리는 물을 한방울도 머금지 않고 태연하게 금방 말간 얼굴을 드러냈다. 물을 털어내려면 물리적인 진동이나 열, 혹은 바람이 반드시 동원돼야 할 것이라는 기자의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채 1초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벌어진 일이다.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마이크로시스템의 공정실. (사진=마이크로시스템)
 
9일 스스로 세정하는 유리를 만드는 마이크로시스템을 찾았다. 사무실을 들어서자 벽면 가득 상장과 인증서가 즐비했다. 2017년 설립된 마이크로시스템은 대학 연구실에서 출발해 기술이전사업화로 스핀오프한 기업이다. 사무실과 공정실, 조립실은 여전히 명지대 내에 자리하고 있다. 앳된 얼굴의 젊은 연구원들은 노란 조명이 켜진 공정실에서 연구에 열중이었다.
 
마이크로시스템은 전자식 진동 기반의 자가세정 기술 적용 영상감시 카메라로 지난 9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신제품(NEP) 인증을 획득했다. 앞서 2년 전인 2020년 9월에는 국가기술표준원의 신기술(NET) 인증도 받은 바 있다. 2년 만에 기술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마이크로시스템은 2020년 소부장 스타트업 100대 기업에 뽑힌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됐다.
 
9일 용인시 처인구 마이크로시스템 공정실에서 연구원이 자가세정 유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마이크로시스템의 세정 방식은 전자식이다. 창업 전부터 미세유체 제어기술을 연구해 온 정상국 마이크로시스템 대표는 표면에 있는 액체를 제어하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정 파형의 전기 신호를 주면 물방울의 표면장력을 제어할 수 있는데 이 물방울의 모양을 반복적으로 바꾸면서 진동을 일으켜 표면에서 떨어지게 하는 방식이다. 반도체 공정을 기반으로 코팅된 표면에 전기신호가 걸리면 물방울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
 
특히 액정을 실시간 자동으로 감지해 세정까지 자동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컨대 비가 내려 CCTV 유리에 물방울이 묻으면 정전용량을 감지해 세정한 뒤 시야를 다시 확보하는 식이다. 이는 회로 통합을 통해 구현될 수 있었다.
 
마이크로시스템은 일부 부품을 제외하고는 자체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CCTV 자가세정 구동회로, 자가세정 유리 등 핵심 부품 대다수를 생산했다. 향후에는 공간을 늘려 생산라인을 갖출 예정이다.
 
분무기로 물방울을 분사한 후 유리 위 물방울이 사라진 모습. (사진=마이크로시스템)
 
CCTV는 안전을 위한 감시와 사후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악천후로 카메라 렌즈 유리에 이물질이 묻게 되면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고, 이는 곧 안전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와이퍼로 물방울을 문지르는 방식이나 열로 물방울을 증발시키는 기술도 나왔지만 시야를 가리거나 세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크게 각광받지 못했다. 마이크로시스템의 전자식 자가세정 유리를 사용하면 별다른 부가 장치가 필요 없고 소모전력도 낮아 소형화에도 유리하다.
 
지난 2019년부터 매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부스를 마련해 온 마이크로시스템은 2020년부터 3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마이크로시스템의 자가세정 기술이 적용된 영상감시 카메라는 내년에 열리는 'CES 2023'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마이크로시스템은 CCTV로 스마트시티 사업에도 진출해 점차 영역을 넓힌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나아가 영상을 인식해서 분석하는 지능형 CCTV 사업에도 진출하기 위해 관련 연구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첨단 세정을 위해 고속 발열, 면상발열체, 초음파를 활용한 기술도 연구 중이다. 이를 통해 말라붙은 진흙이나 언 눈 같은 고체까지 세정하는 유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정민 마이크로시스템 이사는 "하나의 전극으로도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복합기능을 통합하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며 "각종 CCTV를 통해 도시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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