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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연봉협상"…웹젠, 게임업계 최초 5월2일 파업 예고
노조 "웹젠 실제 연봉 5천만원도 안 돼…사측, 양보 없는 불통 행보"
회사가 진전된 안 제시하고 대화한다면 교섭 응할 방침
2022-04-18 13:38:10 2022-04-18 13:38:10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깜깜이 연봉협상 이제 그만! 게임업계 최초 파업, 김태영 대표가 책임져라!"
 
국내 게임사 웹젠 노동조합이 다음달 2일부터 파업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사측과 임금 교섭 협상 결렬에 따른 조치로, 웹젠이 실제 파업에 나설 경우 게임업계 최초 사례가 된다. 
 
18일 오전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IT위원회 웹젠지회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웹젠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게임업계 최초 파업을 열기까지 만든 책임은 김태영 웹젠 대표에게 있다"면서 즉각 노조와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18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IT위원회 웹젠지회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웹젠 본사 앞에서 '김태영 웹젠 대표이사 대화촉구 및 쟁의행위 예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선율기자)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웹젠과 노조는 세 차례에 걸쳐 연봉 인상에 관한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웹젠을 포함한 IT위원회는 정당한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달라며 최종 결정권자인 김태형 대표에게 대화를 촉구했다.
 
노조 측은  "이번 일은 단순히 한 회사의 직원들이 처우에 불만을 품고 일어선 이슈가 아니다"며 "폭발적인 성공을 보여준 게임업계에서 깜깜이 연봉 협상이 가져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넷마블 연봉 1억, 엔씨소프트 연봉이 1억이라는 기사를 숱하게 봤지만 실제로 그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사실이 그렇다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웹젠 역시 다르지 않다. 쟁의 찬반 가결 이후 온라인상 일부 여론에선 웹젠 연봉이 7000만원 수준인데 너무 과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실제 웹젠의 평균 연봉은 5000만원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600명이 영업이익 천억 대를 내고 있으니 돈을 못 버는 회사도 아니다. 그러니 주총에서 임원 보수로 백억원이 설정될 수 있었을 거다"면서 "그런데도 정작 평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 협상에서는 단 한푼의 양보조차 어렵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노영호 웹젠지회 지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이선율 기자)
 
노영호 웹젠지회 지회장은 "웹젠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이후 회사의 막대한 이익이 조금이라도 더 현장의 직원들에게 돌아가길 바랐고, 제대로된 사람을 뽑으려면 이 돈으로는 못뽑는다는 직원들의 한탄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면서 "파업 찬반투표 결과를 알리고 이제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회사에서는 어떠한 양보안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지휘권을 내려놓고 얘기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노 지회장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분들께도 응원을 부탁드린다"면서 "우리의 힘이 닿는대로 회사에 타격을 줄 생각이다. 이번 투쟁이 승리로 끝내고 이 회사가 보다 더 많은 인재를 품게 되면 반드시 더 좋은 게임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넥슨·스마일게이트·포스코ICT·한글과컴퓨터 등 IT위원회 소속 노조 관계자들도 참석해 웹젠의 불합리한 임금협상 실태에 대해 지적했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IT위원회 전체 30여곳에서 교섭이 진행중인데 그 중 교섭이 결렬된 곳은 웹젠이 유일하다"면서 "교섭이 체결된 곳이 수익이 많은 대기업이라서, 인상률이 높아서 임금협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다. 한해 1000억원의 이익을 내는 웹젠보다 수익이 적은 회사들도 노사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웹젠에서는 제대로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면서 사측이 불통 경영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배수찬 넥슨지회장은 "김태영 대표이사에게 묻고 싶다. 앞으로 신입사원들에게 어떤 말을 하면서 사람을 뽑으려는 건가"라며 "회사는 조정과 실무 과정엣 이미 수차례 노동조합 측의 양보안에도 불구하고 단하나의 수용도 없었고 필연적으로 웹젠 조합원으로 하여금 파업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쓰게 만들었다. 웹젠 노동자의 요구는 정당한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예고한 당일까지도 사측은 노조와 대화에 나서지 않은 상황이다. 웹젠지회는 "회사가 진전된 안을 제시하고 대화하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교섭에 응할 것"이라며 노동절까지 조합원들과 함께 결의를 다지고 5월2일부터 파업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지난 2000년 4월 설립된 웹젠은 지난해 매출 2847억, 영업이익 1029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올해 노조는 직원 모두 일괄 1000만원의 연봉 인상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평균 10% 인상을 제안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후 조정과정을 거쳐 노조는 평균 16% 인상에 일시금 200만원 지급이라는 타협안을 제시했는데, 사측은 중간평가 B 등급 이상을 받은 직원에게만 200만원을 추가 지급할 수 있다고 답변하면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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