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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공공요금 '동결' 선언한 정부…공공기관들, 벙어리 냉가슴
정부,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연말까지 동결
연료비 상승에 공공기관 부담 가중
한전·가스공사 등 부채 증가에 적자 고충↑
물가 압박과 대선 정국 사이 '이도저도'
2021-10-26 17:25:49 2021-10-26 18:28:47
 
[뉴스토마토 정서윤 기자] 정부가 올해 연말까지 공공요금 동결을 공식화했지만, 국제유가 급등과 원자재 가격 상승의 여파를 받고 있는 공공기관들의 낯빛이 어두운 분위기다. 물가 압박과 대선 정국 사이에서 이도저도 못한 채, 사실상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는 2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47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연말까지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동결을 공식화했다. 11~12월 가스요금을 유지하고, 나머지 공공요금도 연말까지 동결을 원칙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한전의 경우는 지난달 23일 전기료 인상을 발표한 바 있어 이번 동결에서 제외다. 한전은 4분기(10~12월) 전기료 연료비 조정단가를 지난 3분기 -3원/㎾h에서 3원 오른 0원/㎾h로 산정했다. 월 평균 350㎾h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경우 전기료가 1050원 가량 오른다.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 여파에 연료비도 덩달아 오르는 등 공기업들의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해 평균 배럴당 42.3달러에서 이달 22일 기준 81.6 달러로 2배 가량 올랐다. 또 같은 날 기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는 배럴당 83.76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WTI가 80달러를 넘은 것은 7년만에 처음이다.
 
국제유가 인상은 에너지 공기업들에게 악재로 작용한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에너지 인상 요인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제때 반영하지 못할 경우에는 사업 적자가 쌓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예컨대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해 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의 경우는 원재료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도 지난 15일 국회 국정감사에 자리해 이러한 점을 어필한 바 있다.
 
당시 채희봉 사장은 "국제 LNG 가격과 원유 가격 등이 모두 상승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며 "물가 당국의 고충도 이해하지만, 원가 부담이 늘어난 점을 감안해 적절한 수준의 요금 인상을 허용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공기업들의 적자 고충은 어제 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다. 한전의 부채는 올 상반기 기준 62조9500억원으로 부채 비율이 122.5%에 달한다. 가스공사 부채도 27조2455억원으로 부채비율 330.4%에 이른다.
 
특히 정부의 '2021~2025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한전과 한전 발전사 6곳의 올해 당기순손실은 4조252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부채는 27조2455억원, 부채비율은 330.4% 규모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번 동결에 대해 "현재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지난해 7월 이후 계속 동결을 해와서 미수금이 많이 쌓여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결국 소비자가 내야할 요금을 미루고 있는 것"이라며 "언젠가는 연료비 연동제가 정상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요금 문제는 에너지 공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지난 2011년 철도 요금을 평균 2.93% 인상한 이후 10년간 동결한 상태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철도 이용객까지 줄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조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
 
더욱이 높아진 인건비와 늘어나는 철도 시설 및 차량 유지보수 비용을 자구 노력만으로 감당하기에도 역부족이다. 시민 이동권 제한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벽지노선 운행 횟수를 줄인 것도 불가피한 자구노력 대책 중 하나였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코레일 역시 동결된 일반철도 운임에 대한 현실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19년 기준 한해 이용객이 1억명 이상인 만큼, 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 반발도 간과할 수 없는 처지다.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국제유가 압박과 대선 정국 사이에서 이도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처지"라며 "사실상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는 과제로 본다. 지금으로서는 벙어리 냉가슴"이라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물가 안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 주체들의 고통 분담 이런 부분들이 필요한데, 정부는 그런 것들을 안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금 동결에 따른 공공기관에 대한 충격은 있지만,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향후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 내년 하반기쯤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을 연말까지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 주택가의 도시가스 계량기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서윤 기자 tyvodlo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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