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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노회찬6411’ 민환기 감독 “노회찬, 착한 정치인만은 아니었다”
정치인 노회찬, 진보 정당 뿌리 내리기 위해 노력했고 평등 꿈꿨던 삶
“착한 정치인 이전에 진보 정당 통해 권력 잡으려 했던 ‘강한 정치인’”
2021-10-18 12:20:00 2021-10-18 12:2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정치는 관심도 없던 분야였다. 그리고 당연히 개인적 친분도 없었단다. 당연하게도 그는 그를 관찰하고 싶었던 이유가 없었단다. ‘삼겹살 불판론을 펼치며 대한민국 국민들의 묵은 체증을 시원하게 뚫어주던 고 노회찬 의원. 그리고 그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노회찬6411’을 연출한 민환기 감독. 민 감독은 사실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길 원했던 건 아니었을 듯싶었다. 현재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지만 영화 이전 나름 부유한 집에서 자란 명문대 출신 공대생이었다고. 그렇게 평범하게 취직의 길을 걸었다면 됐을 듯했다. 하지만 영화를 꿈꿨다. 당연히 집안 반대가 심했다. 부모님과의 반대와 의견 충돌이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고 한다. 그게 쌓이고 쌓였다. 그리고 지금의 다큐멘터리 감독이란 타이틀 하나를 더하게 해줬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던 중 노회찬이란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민 감독은 고 노회찬 의원에 대해 한국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그걸 관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무려 200시간이 넘는 고 노 의원 지인들과의 인터뷰를 했다. ‘노회찬6411’은 주인공 노회찬에 대한 찬사와 경외감이 가득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그저 노회찬만 담겨 있었다.
 
민환기 감독. 사진/명필름
 
제작을 맡은 명필름에서 연출 제안을 받았다. 그쪽(정치)과 관련된 사람들은 민환기 감독에겐 관심 밖의 대상들이었다. 하지만 고민을 해보니 다큐멘터리란 틀 안에서 자신이 해 볼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았단다. 무엇보다 한 사람에 대한 얘기를 담아내기 위해선 그 사람과 전혀 다른 지점에 서 있는 자신 같은 인물이 맞을 것 같았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이기에 당연하지만 또 필요하기도 했던 객관성은 충분히 가져갈 수 있을 듯싶었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그 이유도 있어서 해보자싶었죠. 노회찬 의원은 언제나 진영을 벗어나서 맞는 말만 하는 정치인 정도라고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사실 전 말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진 않아요(웃음). 그런데 이 분은 그런데도 호감이 갔었죠. 이걸 준비하면서 20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분의 지인들 인터뷰를 하면서 많은 걸 알게 됐죠. 가까웠던 주변에게도 쉽게 마음을 보여주지 않았던 분이랄까.”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민 감독은 200시간이 넘는 인터뷰 시간 동안 노회찬 의원의 약점도 적극적으로 찾으려고 노력했었다. 그를 영웅적으로 모두가 기대했던 그런 사람으로만 그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노회찬 역시 사람이었다. 그에게도 빈틈이 있었을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결과는 당연할지 모르지만 얻어낸 게 별로 없었다고. 그 안에서 약점이라면 이런 게 약점으로 보였단다.
 
다큐 '노회찬6411' 스틸. 사진/명필름
 
너무 원칙을 지키려 했단 점이었죠. 그 원칙 때문에 정치에선 어쩌면 꼭 필요했을지 모를 자신의 세력마저 키우지 않았단 점도 안타까웠죠. 결정하는 것도 사실 굉장히 늦었다고 해요. 그래서 정치공학적으로 많이 늦어진 점도 있었단 말도 들었죠. 다시 말해 너무 원칙주의자였다고 할까요. 그런데 이런 사람을 한국 사회가 갖고 있었단 게 전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저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노회찬6411’은 시작부터 거의 마지막까지 인간 노회찬이 36년 간의 얘기를 그려나간다. 그 속에서 노회찬이 왜 그렇게 대한민국 사회에 진보 정치의 뿌리를 내리려 했는지 얘기한다. 그는 너무도 원했다. 이 사회에 진보 정치가 함께 하기를. 그리고 그와 함께 정치인 노회찬의 일대기도 시작됐다고 볼 수 있었다. 그 정치인 노회찬의 일생에서 변하지 않았던 것은 노동자를 위한 삶이었다.
 
우선 노회찬 의원은 대한민국 진보 정당을 위해 삶을 바친 사람이에요. 그건 다시 말하면 노 의원의 정치 행보를 통해서 대한민국 진보 정치의 행보가 같았단 점이에요. 그는 진보 정당으로서 권력을 잡아야 한다고 봤던 분이셨던 것 같았어요. 하지만 자신이 힘을 보탰던 민주노동당이 2008년 분당됐죠. 그 이후 정치적인 부침을 겪어요. 노회찬 의원은 착한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진보 정당을 통해 권력을 잡으려 했던 의지가 정말 강했던 정치인이었어요.”
 
민환기 감독. 사진/명필름
 
그렇다고 우리가 알던 노회찬이 권력 지향적인 속물 근성의 뻔했던 정치인이란 것은 아니다. ‘노회찬6411’에선 노회찬이기에 우리가 들을 수 있었던 상상하지 못했던 말도 등장한다. 그는 2005년 이용훈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냐라면서 그런데 왜 법은 그렇지 못하는지를 따져 묻기도 했다. 이건 오롯이 노회찬이기에 가능했던 모습이었다. 그건 이번 다큐의 제목인 노회찬6411’‘6411’안에 담겨 있기도 하다.
 
그에게는 사람은 모두가 같다였어요. 당연한 거죠. 사회적 약자, 노동하는 사람들이 평등하게 사는 사회를 꿈꿨던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6411번 버스 연설 장면도 다큐 안에 들어갔죠. 민주노동당에서 통합진보당 그리고 진보정의당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에게 잘못을 되묻고 자책하기 보단 다시 질문을 던졌던 것 같아요. 그게 노회찬이 꿈꿨던 사회의 초석을 위한 진보 정당의 집권이 아니었나 싶어요.”
 
노회찬6411’의 마지막은 당연히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마지막이다. 모두가 슬퍼하고 모두가 눈물 흘린다. 그의 마지막 길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조문했다. 생전 그가 가장 관심을 쏟았던 청소 노동자들과 장애인부터 전직 고위 관료 정치인 그리고 방송사 유명 앵커까지. 모두가 길게 늘어선 채 묵묵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그와의 마지막 만남을 기다렸다.
 
민환기 감독. 사진/명필름
 
“3년이 지났죠. 그리고 필름 안에서 우는 분들의 어마어마한 눈물을 봤고요. 그렇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눈물로 인해서 노회찬 의원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런데 그 눈물을 전부 다 넣으면 너무 슬픈 얘기가 될 것 같았어요.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딱 한 분의 눈물만 넣었죠. 그 분의 눈물이 노회찬이란 사람이 어땠는지를 말해주는 함축적인 눈물 같았어요.”
 
민 감독이 얘기한 그 눈물은 청년 노회찬과 함께 노동 운동을 했던 동료 최봉근씨였다. 그는 동료이자 친구 노회찬의 죽음에 대해 ‘노회찬6411’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는 것과 하는 것, 겉과 속이 일치하는 드문 사람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불일치가 생긴 것이다. 그 불 일치를 목숨으로 바꾼 것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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