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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홍대·합정에 백신 접종 인센티브는 없었다
대부분 1~2인 손님…단체도 중장년층
업주·종업원도 낯선 백신 접종 인센티브
2021-08-24 11:24:08 2021-08-24 11:24:08
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센티브가 적용된 23일 합정역 인근 식당. 사진/동지훈 기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3인 이상은 6시까지만 되는 거 아시죠?"
 
23일 오후 5시 반쯤 합정역 인근 식당에 들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들은 말이다.
 
이날은 백신 접종 인센티브가 적용된 첫 날이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음달 5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꺼내든 카드가 조건부 백신 접종 인센티브였다.
 
이전에는 4단계 기준 식당이나 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로 제한하면서 집합 인원도 2인으로 묶었지만 이날부터는 백신 접종자가 포함되면 4인까지 모일 수 있다. 단, 영업시간은 오후 9시로 제한된다.
 
백신 접종 인센티브에 해당하려면 백신별 권장 접종 횟수를 채워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백신은 2차 접종까지 마쳐야 하며, 얀센 백신은 1회만 접종해도 된다. 접종을 마쳤더라도 14일이 지나야 한다.
 
기자는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QR 인증을 했다. 종업원에게 백신 접종자가 포함되면 오후 9시까지 4인 모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처음 듣는 눈치였다. 결국 뉴스 기사를 검색해서 알았다는 업주에게 '쿠브(QOOV,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증명서 관리 앱)'를 보여주고 나서야 주문이 가능했다.
 
식당에선 3명 이상 자리한 테이블을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 2인 손님이거나 '혼밥'을 하는 이들이었다. 월요일인 데다 태풍 '오마이스' 영향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바로 옆 테이블에 3명이 있었지만 오후 6시가 넘어가자 식당을 빠져나갔다.
 
오후 7시를 넘어서자 3명, 4명인 손님들이 조금씩 들어왔다. 열에 아홉은 비교적 최근 백신 접종을 마친 중장년층으로 보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센티브가 적용된 23일 저녁 합정역 인근 고깃집. 사진/동지훈 기자
기자는 오후 8시가 되기 전 다른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길을 걸으면서 다른 가게들을 살폈더니 3인 이상 손님은 드물었다. 오후 10시까지 영업이 가능했던 몇 주 전과 비교하면 유동인구가 많았던 거리도 한산했다.
 
두 번째로 찾은 가게에서도 입장하면서 QR 인증을 가장 먼저 했다. 이번에는 업주가 백신 접종자를 먼저 찾았다. 기자가 손을 들자 얀센 백신을 맞았냐고 재차 질문했다.
 
기자 일행은 이날 이 식당을 찾은 두 번째 3인 이상 손님이었다. 오후 8시를 넘겼을 때 남은 손님은 모두 2명씩이었다. 백신 접종 인센티브와 함께 영업시간이 한 시간 단축되면서 남은 손님들도 식당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업주는 "중년 손님 3명인 한 팀이 다녀간 뒤 계속 1~2인 손님만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군대 다녀와서 얀센 백신을 맞지 않은 이상 젊은 사람들이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거의 없지 않냐"라고 말했다. 젊은 층 방문이 잦은 홍대, 합정역 인근 식당에서 백신 접종 인센티브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한탄으로 들렸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는 71만4780명 늘어 누적 1228만3734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 대비 접종 완료율은 23.9%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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