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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몸값 당근마켓…글로벌 '슬세권'으로 무대 넓히나
시리즈 D에서 1800억 투자 유치…2년만에 10배 상승
하이퍼로컬 기반 커뮤니티 기능 강화가 고성장 배경
이커머스로 확장…글로벌 시장 확대 가능성 커져
2021-08-06 17:10:54 2021-08-06 17:10:54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2년만에 3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019년 시리즈C 투자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 3000억원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대기업인 신세계 시가총액(2조6000억원)을 넘어선다.
 
투자금 활용 여부는 이달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근마켓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베타서비스를 진행중인 해외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쓰일 것으로 관측된다. 
 
당근마켓은 당근 이웃들을 위한 만남의 장소로, 서울 시내 주요 아파트 단지를 시작으로 당근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강서 힐스테이트 당근존. 당근존은 근처를 오가는 주민들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당근마켓을 상징하는 주황색의 대형 랩핑월로 제작됐다.사진/당근마켓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당근마켓은 국내외 벤처투자사들로부터 3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1800억원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금은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당초 목표금액인 10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금액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유치에는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스트롱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카카오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이에 따라 당근마켓은 국내 16번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에 등극할 전망이다. 당근마켓은 2015년 7월 첫선을 보인 이래 현재 누적 가입자수 2000만명을 넘어서며 국내 대표 중고거래 앱으로 성장했다. 비슷한 성격의 중고나라, 번개장터보다도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했으나 이제는 대기업 네이버, 카카오도 견제할 만한 무서운 기업으로 성장했다. 
 
당근마켓이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지역 기반 이용자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부터다. 한정된 반경에서만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고 시작해 불특정 지역에서의 중고거래를 할 때 보다 안심할 수 있다는 인식이 쌓였고, 그 안에서 '동네 생활'과 관련된 정보교환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당근마켓이라는 앱 자체가 하나의 매개체가 되면서 이용자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네이버 카페를 중심으로 '맘카페'가 동네 기반 커뮤니티 역할을 주로 해왔는데 이와 비교해 당근마켓은 가입문턱을 낮추고 슬세권(슬리퍼처럼 편한 복장으로 갈 수 있는 생활권)인 반경 4~6km 안에서의 이용자들을 끌어모았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당근마켓의 내 근처 지도 서비스. 사진/당근마켓
 
당근마켓도 이점을 주요 강점으로 삼아, 국내 서비스 영역을 이커머스 사업과 연계한 방향으로 넓히고 있다. 세탁부터 청소, 이사, 구인·구직, 중고차, 부동산, 반려동물케어까지 다양한 분야로 범위를 넓혀 하이퍼 로컬 커머스를 확장해온 것이다. 게다가 관련 업체들과 제휴해 수익성까지 도모하는 중이다. 지역기반 커뮤니티 기능은 이용자들의 고급 정보를 손쉽게 축적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맛집 정보다. 지난 5월 당근마켓은 '우리 동네 알짜배기' 정보가 담긴 '우리 동네 지도 서비스'를 선보여 호응을 얻는 중이다. 이웃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일종의 오픈맵 형태로, 가게의 가격과 메뉴, 후기 등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로간 피드백도 가능해 유용하다. 6월엔 이를 확장해 친환경 가게를 지도에 추가했다.
 
또 하반기엔 당근마켓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때 결제를 할 수 있는 별도의 '당근페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당근페이가 출시되면 기존에 현금이 오가던 이웃간 거래가 더 간편하고 안전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엔 해외로 시선을 돌리는 중이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9월 '캐럿'이라는 이름으로 캐나다, 영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에서도 베타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재사용 생활용품 매장이 많고 차고에서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가라지(Garage) 세일'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당근마켓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중고물품 거래문화가 활발한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서비스 시작 이후 매달 이용자수가 평균 80%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이번 투자유치와 관련해 "아직은 진행중인 상황이라 이달 중 완료되면 세부적인 내용들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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