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비행 경험 부족한 조종사 '눈물'
편수 줄고 휴직·복직 반복으로 면허 시험 탈락 속출
"충분한 훈련 기회 제공해 적기 투입 여건 마련해야"
입력 : 2021-06-30 06:04:19 수정 : 2021-06-30 06:04:19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최근 항공업계 조종사들이 항공기 운항 면허 자격 심사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기 운항 대수가 대폭 줄어든 가운데 조종사들의 비행 기회도 동시에 쪼그라든 영향이다. 항공안전 측면에서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유지하더라도 조종사들의 기량을 높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웨이항공 항공기. 사진/뉴시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티웨이항공(091810)은 비행 운항 자격 평가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조종사들에 대해 직권 면직 처분을 내렸다. 면직 처분에 반발한 조종사는 자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의 경우 승객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만큼 조종사들에 엄격한 기준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현행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90일 이내 3회 이상 이·착륙 경험이 있어야 운항자격 유지가 가능하다. 또 별도의 정기훈련과 자격심사를 수료해야 한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보유 중인 운항 면허가 취소된다.
 
티웨이항공은 항공 안전 측면에서 내린 합당한 처분이었다는 입장이다. 티웨이항공은 조종사 자격 유지를 위해 기장·부기장이든 관계없이 1년에 3번 자격 심사를 한다. 자격 심사의 경우 1번은 실제비행, 2번은 모의비행훈련장치(시뮬레이터)로 진행한다. 자격 심사에 통과하지 못한 조종사에 대해서는 재자격 훈련 기회를 부여한다. 모의비행훈련에서 두 차례 불합격할 경우 자격심사위원회에 회부하고 항공기를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지 여부를 까다롭게 검증해 중앙인사위원회를 통해 최종 결론을 내린다. 
 
대한항공(003490)의 경우도 조종사 자격 유지와 관련해 엄격한 절차를 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행법에 따라 90일 이내 3회 이상 이착륙 요건 충족하는 것에 더해 6개월에 한번씩 정기 기량 심사를 진행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불합격시 추가 훈련 및 재심사 기회를 제공하지만 해당 기간 동안 운항 승무원은 비행 업무에서 철저히 배제한다"면서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하기 때문에 엄격하게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8일 이동중이던 제주항공 항공기가 에어서울 항공기를 스치면서 에어서울 꼬리날개 끝(윙렛) 부분이 접힌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다만 조종사들 입장에서 비행 기회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 까다로운 심사에 대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 조종사들의 경우 비행 기량 유지를 위해 평소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항공 운항 편수가 90% 가까이 줄어든 데다가 회사 경영난에 따른 휴직과 복직이 반복되면서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조종사들의 비행 '감'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제주항공(089590)의 경우 지난 3월 기체 손상 등 세 차례 연이은 항공기 운항 장애와 관련해 조종사들의 기량 저하를 원인으로 꼽았다. 항공기 운항일정 축소로 조종사들이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면서 벌어진 사고였다는 설명이다. 제주항공은 재발방지를 위해 '고기량 조종사 위주 운항' 대책을 내놨다. 
 
국토교통부 항공운항과 관계자는 "항공안전 자격 심사가 까다롭다고 하지만 억만금을 줘도 타협할 수 없는 지점인 만큼 엄격하게 진행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코로나19와 같은 비정상 상황에 대응해 각 항공사들이 조종사들의 훈련 빈도나 강도를 어떻게 조정하고 있는지 등 항공사 변화관리라는 안전 항목을 별도로 운영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기량 조종사 위주로 운항을 이어갈 경우 나머지 조종사들은 최소한의 비행 기회조차 얻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이에 업계에서는 조종사들의 기량을 높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보급에 따라 항공 업황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만큼 심사 기준 자체를 완화하기 보다는 조종사들에 대해 충분한 훈련 기회를 제공해 적기에 조종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4대 항공사 중 하나인 델타항공의 경우 올해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운항편 수백편을 취소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이어지며 직원들 급여를 주지 못해 대규모 정리해고를 예고하기도 했지만, 항공 수요가 회복세로 돌아서자 되레 조종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앞서 델타항공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달부터 8월까지 조종사 약 75명을 시작으로 내년 여름까지 1000명의 신규 채용 계획을 내놨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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