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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여고괴담6: 모교’, 23년 역사 무색한 ‘헛헛함’
충무로 대표 신인 감독-배우 등용문, ‘상업영화’ 이상 존재감
기이한 편집의 ‘호흡’ vs ‘기괴한’ 플롯…관객 관람 호흡 ‘외면’
2021-06-16 12:28:00 2021-06-16 12:28: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1998여고괴담’ 1편이 개봉했다. 그리고 23년이 흘렸다. 23년 동안 총 여섯 편이 제작됐다. 우선 여고괴담은 한국 영화사에서 단순한 공포영화콘텐츠 이상의 의미다. 국내 영화 시장이 산업화로 들어선 뒤 사실상 첫 번째 프랜차이즈였던 점이 첫 번째다. 시리즈가 아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 여고괴담은 그 자체로 주제성과 의미 그리고 작품성이 뛰어났다. 이런 점은 신인 등용문으로 적극 활용됐다. 지금은 톱스타로 자리한 최강희 공효진 송지효 김옥빈 등이 여고괴담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했다. 신인 감독 등용문으로서 여고괴담은 매력적이었다. 특히 여고괴담’ 2편을 공동 연출한 김태용 민규동 감독은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뚜렷한 자기 색깔을 가진 중견 연출자가 됐다. ‘여고괴담은 이미 단순한 이름 값 이상을 넘어선 존재가 된 것이다. 매번 완성돼 개봉하게 된 각각의 여고괴담은 흥행 여부는 둘째다. 물론 상업 영화가 흥행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면 그건 가장 큰 죄악이다. 하지만 여고괴담은 앞선 의미가 너무 크게 부각되고 주목되면서 뒤에 이어지는 상업 영화로서의 본질이 점차 흐려지는 괴리에 봉착하게 됐다. 이번 6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가 그런 괴리의 함정에 빠져 버린 결과물은 아닐지 안타까웠다.
 
 
 
이번 6편은 앞선 다섯 편의 여고괴담가운데 1편과 4편을 잇는 점이 많다. 우선 주인공 김서형과 연출자 이미영 감독은 각각 4편에 조연급 그리고 제작자로 참여한 바 있다. 4편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짧은 순간 출연해 강렬한 존재감을 보이며 퇴장한 김서형은 이번 6편에선 모든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책임지는 주인공 은희로 등장한다. ‘은희가 만들어 낸 6편의 정서는 기묘하게도 여고괴담의 시작인 23년 전 1편과 상당히 닮아 있었다. 일부 장면은 1편의 오마주로 보일 정도다. 1편의 상징과도 같은 장면이 23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본 6편에 고스란히 담겼다.
 
6모교는 한 소녀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이다. 그 비밀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한때 자신의 모교였던 학교에 교감으로 새롭게 부임하게 된 은희. 자신의 부모조차 모교에 교감으로 부임하게 되는 것을 반대한다. 무슨 이유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은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이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다.
 
영화 '여고괴담6: 모교' 스틸. 사진/kth
 
학교는 여전하다. 몇 십 년 만에 모교에 선생님으로 부임한 은희를 낯익어 하는 수위(권해효)와 교장(김성녀). 하지만 은희는 그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보다는 더 신경 쓰이는 게 있다. 유독 반감을 갖고 홀로 지내며 시시때때로 학교에서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된 구 화장실에 혼자 들어가 누군가를 증오하는 눈빛을 뿜어내는 하영(김현수). 하영 뿐만이 아니다. 아이들 모두가 서로를 증오하고 서로를 의심한다. 학교 전체적으로 어두운 기운을 담고 있고 또 뿜어내는 것 같다. 사실 은희와 하영은 묘한 공통점이 있다. 몇 십 년 전 이 학교를 다닌 은희는 자신의 친구가 학교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런 기억은 하영도 마찬가지다. 하영은 친구가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비밀을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이 공개하는 비밀을 들어 주려 하지 않는다. 하영은 속으로만 그 분노를 키워가고 있다. 그 분노를 눈치 챈 은희다. 하지만 하영 눈에는 은희도 마찬가지 일 뿐이다. 친구의 죽음이 억울하다. 분하다. 그런데 문제는 은희도 그렇다. 분하고 또 억울하다. 은희의 내면이 점차 움직이고 있다. 은희와 하영은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은희의 분노와 하영의 분노는 누구를 향한 것 일까. 은희를 바라보는 알 수 없는 시선은 누구일까. 하영을 바라보는 시선은 또 누구일까.
 
영화 '여고괴담6: 모교' 스틸. 사진/kth
 
모교는 은희와 하영을 중심으로 각자에게 일어난 사건의 과거와 현재가 뒤죽박죽 섞여서 혼재한다. 어떤 사건이 은희를 옥죄고 있는지, 또 어떤 불안이 하영을 자극하는지 관객은 혼란스럽다. 단순하게 영화적 장치로 치환하기엔 두 인물이 겪은 사건에 대한 과거와 현재가 너무 혼재한다.
 
이런 기본 전제 속에서 공포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은 환청과 환각 등 가장 전통적인 방식을 따른다. 특정 시점과 특정 공간 특정 감정 속에서 솟아나는 은희의 환청과 환각이 모교의 기본 공포 공식인데, 그 공식 자체가 클래식한 느낌이 강하다. 물론 클래식의 방식이 모교흐름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아니다. 뭔가 모교만의 호흡을 만들고자 했던 편집의 호흡이지만 거칠다 못해 장르 문법을 배제한 기묘함만 가득하다. 현재의 은희와 과거의 은희가 교차하는 방식, 은희의 과거를 상징하는 영화 속 소품을 활용한 몽타주씬, 여기에 부지불식간에 등장하는 은희의 환각과 환청은 단순한 포인트씬이라고 하기엔 관객이 따라갈 호흡에 배려가 없다.
 
영화 '여고괴담6: 모교' 스틸. 사진/kth
 
관객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의 엇박자 호흡은 구성 자체를 기괴하게 만드는 동력이기도 하다. 은희의 과거와 현재, 하영의 과거와 현재,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과거와 미래. 모든 것이 뒤죽박죽 섞이면서 관객의 관람 집중도는 난이도를 극악으로 끌어 올린다.
 
모교는 편집의 호흡과 전체적인 플롯의 기괴함이 기이할 정도로 맞물리면서 관객들에게 가장 불편하면서도 뻔한 공포를 선사한다. 여기에 반전 카드로 등장한 역사적 사건은 소비의 선택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기에 안타까움만 남기게 한다. 소비의 방식이나 선택의 방식 모두에서 점수를 얻기 힘든 결과물이다.
 
영화 '여고괴담6: 모교' 스틸. 사진/kth
 
이외에 일부 인물이 공포 장르의 클리셰적 존재로 소비됐고, ‘여고괴담전체 시리즈를 통틀어 상징과도 같은 귀신 점프컷등장마저도 헛헛한 존재감으로만 남아 버렸다. 이래저래 여고괴담시리즈가 이어온 23년 역사 최신판으로 내세우기엔 무엇 하나 드러낼 것이 없는 초라함뿐이다. 어떤 고민도 어떤 고심도 읽기 힘들 정도다. 개봉은 오는 17.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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