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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암호화폐 단속 전 이용자 보호제도 마련부터
2021-04-23 06:00:00 2021-04-23 10:50:25
오는 6월까지 암호화폐 거래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정부의 일침에도 코인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빚내서까지 코인에 투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루동안 1000만원이상 폭락하는 무서운 변동성에도 그칠 줄 모르는 이러한 투자 열기는 코로나 여파에 더욱 어려워진 현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 5000만원의 종잣돈으로 암호화폐를 사서 400억원 넘게 벌었다는 식의 이야기가 주변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오는데,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도 드는 게 인지상정이다. 초기 자본이 많이 들고, 고급 정보가 필요한 주식·부동산보다는 코인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별것 아닌 정보에도 불나방처럼 모여들어 투자하는 '묻지마 투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관심보인 시바견 형상의 도지코인만 보더라도 지난해 10원대에서 올해 4월 19일 575원으로 최고가를 찍으며 리플을 꺾고 시총 4위로 단숨에 오르기도 했다. 정부 단속에 대장주 비트코인은 휘청거리고 있는 와중에 홀로 큰폭의 성장을 한 것이라 더 주목받는다. 이러한 가격 폭등은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가격을 끌어올리자며 매수에 나서면서 장난스럽게 시작된 ‘도지데이’ 해프닝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도지데이인 20일을 기점으로 전일대비 20% 이상 하락한 300원대로 추락했고 22일 현재까지 계속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도지코인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지만 시총이 낮은 코인들의 경우 일부 투기 세력들의 움직임에 가격 변동이 심해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허위 정보 공시에 다단계 투자 리딩방들도 우후죽순 생기며 투자자들을 혼란이 빠뜨리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해킹 등 문제로 일부 투자자들은 소송까지 나섰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불법행위를 근절시키고자 특금법 시행에 이어 특별단속까지 나선 상황이지만 규제 내용을 보면 허공에 대고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합법과 불법을 나누는 명확한 기준도 없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에만 몰두하고 있어서다. 각종 암호화폐의 규제나 이용자 보호 제도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피해자들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요원해졌다. 지난 2018년 국내 거래량 1위 거래소 ‘업비트’의 임직원 3명이 가짜 계정으로 허위 주문해 시세를 조작, 1500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이들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검찰 측 증거만으로는 업비트가 보유하지 않은 암호화폐로 거래를 벌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재판부는 여기에 더해, 현행 법령상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 참여 자체가 금지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증거 불충분 문제와 별개로, 업비트 측이 당시 거래량을 부풀린 점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를 규제할 법이 마련되지 않아 죄를 구형할 수조차 없었던 셈이다. 코인원 역시 3년전 암호화폐 시세를 예측해 돈을 따는 방식의 마진거래 서비스를 제공해 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지난달말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암호화폐에 대한 개념도 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속부터 하겠다는 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일부터 시작해야한다. 소수 거래소들에게만 쏠린 것도 문제다. 2017년 말 암호화폐 열풍으로 너도나도 거래소를 등록하게 시작해 벌써 100여곳의 거래소들이 생겨났다. 이제와서 실명계좌를 명분으로 거래소들의 영업을 제한하겠다고 나섰는데, 이렇게 되면 이곳에 돈을 맡긴 피해자들이 대거 생길 우려가 크다. 또 군소 거래소들이 우르르 정리되면 소수의 대형 거래소들의 독점이 심해져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가 더 나오기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암호화폐 문제를 해결하려면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개념이 담긴 업권법이 필요하다. 단속을 하는 궁극적 이유가 이용자 보호라면 지금이라도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할 것이다. 암호화폐 열풍이 일었던 2018년 때처럼 코인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한강까지 가게되는 지경에 이른 악몽이 재현될까 우려가 된다. 
 
이선율 중기IT부 기자(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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