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금융사 탈한국)①"관치에 가까운 시장개입이 한국시장 매력 떨어뜨려"
골드만삭스, RBS 이어 씨티은행 철수 임박…양질의 일자리도 함께 사라져
입력 : 2021-03-02 06:00:00 수정 : 2021-03-02 06:00:00
[뉴스토마토 김유연 기자] 미국 씨티그룹이 한국 시장을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국계 은행의 한국 엑소더스가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저금리와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소매금융이 경쟁력을 잃은 데다 관치까지 더해 한국 시장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 씨티그룹은 철수설에 대해 "전략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씨티그룹이 한국과 태국, 호주 등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소매금융 부문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대한 입장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그룹의 공식 입장 외에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씨티은행을 비롯해 외국계 은행의 매각설은 수차례 돌았다. HSBC는 사업성 부진을 이유로 2013년 소매금융을 정리했고, SC제일은행의 매각설이 돌기도 했다. 2017년 이후 미국계 골드만삭스, 영국계 RBS, 스위스계 UBS, 호주 맥쿼리 등 외국계 은행의 한국지점 철수도 이어졌다. 소매 금융 비중이 큰 특성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현지화 비즈니스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씨티은행 역시 2014년과 2017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매각설이다. 2016년 133개였던 점포 수는 2017년 44개로 대폭 축소했다. 실적도 쪼그라들었다. 2018년 전년 동기 대비 26.1% 늘어난 307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은 161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8%나 줄었다.
 
이번 철수설에 유독 다른 은행들도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유례 없는 저금리 기조와 급격한 금융 비대면화, 역대급 규제까지 더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의 규제를 보면 선진화한 금융업을 과거로 되돌리려는 모양새"라며 "저금리,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에서 은행업을 펴기 어려운데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손을 떼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관치 금융'은 글로벌 금융사들이 등을 돌릴 만한 이유로 꼽힌다.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 배당성향 20% 제한 권고 등 당국이 과도하게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압력이 거세지면서 한국씨티은행도 신용대출 금리를 올려야 했다. 게다가 한국씨티은행은 철지난 ‘키코(KIKO) 사건’에 금융감독원이 배상을 권고해 애를 먹기도 했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교수는 "가계대출 관리, 이익공유제, 배당성향 20% 제한, 뉴딜펀드 등 강도 높은 규제로 인해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에서 영업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면서 "관치에 가까운 개입은 영미권 정서와 맞지 않은 데다 한국 시장의 매력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에선 한국씨티은행 매각을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본다. 한국씨티은행이 만일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한다면 당장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 교수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면서 "외국계 금융계가 한국을 떠나게 된다면 자본시장과 관련된 회사들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양질의 일자리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사진/한국씨티은행
 
김유연 기자 9088y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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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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