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02.20 (월요일)

스노든이 내부 고발자가 된 이유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가 가장 무섭다. TV에서 귀신이 기어 나오고, 좀비가 아무리 잔인한 짓을 해도 무섭지 않다. 조금 징그러울 뿐이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가 스릴러의 고전이 된 이유는 친숙한 일상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영화 <싸이코>와 <새>를 생각해보라. 매일 사용하고(샤워실) 마주치는(새) 친숙한 대상이 어느 날 나를 위협할 때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 마찬가지 이유로 일상까지 통제받을 때 우리는 가장 큰 불편을 느낀다. 부끄러운 행위나 볼썽사나운 모습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면 그만큼 불편한 게 없다. 감옥이 가장 불편한 이유는 물론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못지않게 내가 밥을 먹고, 씻고, 옷을 입고, 잠자는 그 모든 행위를 감시받아야 하는 이유도 크다.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 트루먼(짐 캐리)을 생각해보라. 그가 상상하는 자유란 아무도 자기를 지켜보지 않는 곳에 내가 있을 자유였는지도 모른다. 완벽한 감시와 통제는 권력자들의 오랜 꿈이었다. 감시와 통제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자신의 권력과 부를 지킬 수 있다. 그들에게 통치란 누가 다른 생각을 하는지, 누가 다른 말을 하는지 찾아내고 격리하는 행위다. 국가만 그런 게 아니다. 직원들의 다른 생각과 다른 말을 싫어하는 사장일수록 다양한 감시와 통제 시스템을 도입한다.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CCTV가 아니다. 개인의 삶과 회사의 일을 일치시키면 된다. 지금 당신이 다니는 회사를 보라. 만약 주말마다 함께 등산을 가자고 직원을 불러내는 사장 아래서 일하고 있다면, 빨리 다른 회사를 찾아보는 게 좋다. 국가를 위해 일하고 싶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내부 고발자가 된다. 국가의 감시와 통제 시스템이 개인의 일상까지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세계 어느 곳, 누구라도 감시할 수 있고 실제 그런 행위가 무작위로 벌어진다. 백업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해서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이런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스노든은 갈등한다. 사랑하는 연인까지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스노든은 분노한다. 그 갈등과 분노의 지점에 ‘일상’이 있다. 일상은 허락할 수 없는 경계선이다. 국가가 그 경계선을 무너뜨린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스노든>에 비친 스노든은 보수주의자에 가깝다. 그는 “사람을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려고” 그린베레에 입대한다. 훈련 중 사고만 당하지 않았어도 그는 적과 맞서 싸우는 특수부대원이 됐을 것이다. 결국, 그는 CIA와 NSA의 정보 담당자가 된다. 총알 대신 정보가 난무하는 곳이 그의 최전선이다. 그의 무기는 총이 아니라 정보통신 기술이다. 하지만 “사람을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려고” 싸운다는 신념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그 모든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스노든은 2013년 6월 영국 가디언을 통해 NSA의 ‘프리즘 프로젝트’를 폭로한다. 미국 NSA는 합법적이거나 승인된 절차를 밟지 않고 모든 사람의 정보를 수집했다. 이메일 해킹은 물론 SNS 계정을 통해 개인 정보를 뒤졌다. 당사자뿐 아니라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SNS 친구, 또 그 친구들의 친구들 신상정보까지 뒤졌다(이렇게 3단계만 거쳐도 그 대상은 순식간에 수십만, 수백만 명이 된다). 전화 도·감청은 애교에 가깝다. 테러를 막기 위해서였다고? 정작 이 프로젝트를 통한 개인정보 수집은 적성국이 아니라 자국과 우방국에서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비밀을 폭로한 뒤 스노든은 이렇게 말한다. “이건 테러의 문제가 아닙니다. 테러는 변명일 뿐이죠. 이건 경제와 사회 통제에 관한 문제예요. 그런데 실제 사람들이 엄호하고 있는 건 정부의 패권이죠.” 영화 막판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변한다. “국민은 정부에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하고, 그걸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그 원칙을 기반으로 미국이란 나라가 세워진 겁니다. 우리가 국가의 안보를 지키고 싶다면 먼저 그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프로그램 하나로 전 세계를 감시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는 집집마다 거리마다 설치된 텔레스크린이 감시수단이자 통제수단이었다. 21세기 현실에서는 유·무선으로 연결된 인터넷망과 검색어 하나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빅데이터가 텔레스크린을 대체했다. 감시와 통제는 이제 일상의 공포가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일상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가 가장 무서운 법이다. 영화 스노든을 보고 나는 노트북 웹캠을 검정 테이프로 막았다. 김형석 <과학 칼럼니스트·SCOOP 대표>


식품업계 '미투'에 웃고 운다 "공 들여 제품을 만들면 뭐하나 싶을때도 있다. 그대로 흉내 낸 경쟁 제품이 금새 등장할텐데" 식품업계 한 관계자의 푸념이다. 통상 봄이 시작되면 식품업계는 다양한 신제품 출시가 이어진다. 한해 트렌드를 가늠할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허니버터', '과일맛 소주', '바나나' 등이 그렇게 탄생한 트렌드들이다. 최근에도 식품업계는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 신제품 개발에 골몰 중이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업계의 '미투 전략'에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미투(me too)는 1위 브랜드나 인기 브랜드를 모방해 이에 편승한 제품을 일컫는다. 이 때문에 유사상품·유사제품이라고도 하고, 심한 경우 '베끼끼 상품'이라고도 한다. 업계에는 미투제품으로 인한 소송이 끊이질 않았다. 해태제과는 2013년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누크바'가 자사 제품인 '누가바'와 유사한 상표권, 포장을 사용하고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롯데제과는 오리온의 자일리톨 껌의 디자인이 자사제품과 비슷하다면서 디자인 사용중지의 내용증명을 보내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라면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을 베껴 팔도가 '불낙볶음면'을 출시했다며 판매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무혐의 결론이 났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1974년에는 오리온이 초코파이를 출시하면서 굉장한 인기를 얻었고 경쟁업체인 롯데제과가 미투제품을 출시하면서 상표권을 두고 싸움이 벌어진 일도 있다. '미투 마케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수많은 미투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불황일수록 '미투 상품'은 더 많이 쏟아진다. 신시장 개척에 대한 리스크 때문에 흥행이 검증된 뒤 편승하는 것이 연구개발비 절감 측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미투 전략'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효과도 있다며 무조건 '손가락질' 받을 대상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쟁업체 입장에서는 이미 시장성을 검증 받은데다 초기 시장 분석과 신제품 출시를 위한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매우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관련 시장이 커져 소비가 확대되고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장점도 분명 있다. 그러나 도를 넘은 '베끼기 전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마련이다. 제품의 트렌드 모방을 벗어나 디자인과 컨셉까지 모방하는 사례는 선발업체의 인기를 이용한 비도덕적 상술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혼돈과 싫증만을 유발시키고 결국 유행 주기를 단축시키는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투자해 원조를 개발한 기업이 뒤로 밀려나고 카피 제품이 선두에 오르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가 된다면 업계 전체가 연구개발 노력은 뒷전이 되고 시장의 다양성은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식품업계가 봄을 앞두고 일제히 숨고르기 중이다. 그러면서 소위 '대박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경쟁사의 제품 출시를 기다리며 금새 '베끼기'를 준비 중인 곳도 있을지 모른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지나친 '베끼기'는 시장 전체에게도 득이 될 일이 없다. 선의의 경쟁을 통한 건전한 '미투 전략'이 필요할 때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