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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모든 잡념을 물리치라한국은행이 지난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전염병 사태 발생 초기에 0.75%로 내렸다가 20개월만에 1%에에 올라섰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 우선 물가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3%대를 넘어섰다. 한국의 물가통계에는 집값과 전세값이 반영되지 않는데도 물가가 날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금융불균형이 너무나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금리를 0.50%로 내리는 등 극단적 저금리 상태를 이어온 결과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적한 바와 같이, 그 사이 가계대출이 큰폭으로 늘어나고 주택가격이 뜀박질을 거듭해 왔다. 저금리를 이용해 차입에 의한 자산투자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계대출의 경우 사실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 아닌가 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9월말 가계신용 잔액은 1845조원에 이르러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은 지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맹국 가운데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 규모를 웃도는 유일한 나라이다. 주택가격 상승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 온나라가 부동산 급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매매나 전세나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로 말미암아 가계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이는 다시 부동산 가격상승을 부채질한다. 악순환이 멈추지 않는다. 물론 극단적 저금리와 급증한 가계부채가 성장률 올리는데 도움은 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성장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안정된 성장을 어렵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자 정부가 최근 은행들을 압박하면서 대출규제에 나섰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인위적이고 획일적이어서 숱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실수요자를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폭리본성’을 드러낸다. 제2금융권보다 은행금리가 높아지는 부조리까지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렇게 은행들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규제하느니 차라리 금리라는 가격조절기능에 맡기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선진적이다. 그렇기에 이번 금리인상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지만 이 정도 금리인상으로 금융불균형이 바로잡힐 것 같지는 않다. 그 균형점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아직은 미흡해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언급대로 연 1.00%의 기준금리도 사실상 여전히 완화적이다. 그렇기에 이 총재는 내년 1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에 2차례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마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금리가 너무 오르면 실물경제를 위축시킨다. 따라서 과도한 인상은 곤란하다. 말하자면 자산거품과 투기를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경기를 위축시키지 않는 균형 수준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금리를 어느 선까지 올려야 할지는 전문가들이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시장흐름이 말해줄 것이다. 다른 선진국은 지금도 금리인상을 마다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산매입 축소를 시작한다고 하지만, 기준금리 자체는 아직 건드리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타격이 심하다고 느껴서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아직은 대체로 유보적이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들의 경우 최소한 가계부채가 한국처럼 국내총생산을 웃도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가계부채에 관한 한 한국은 사실 비정상이다. 따라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비정상을 바로잡기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섰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굳건하고 일관성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금리를 추가로 올릴 필요가 있을 때 주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한국은행에 주어진 책무가 막중하다. 과도한 가계부채와 자산거품 등 금융불균형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때보다 스스로의 역할에 대한 엄중한 책임감과 소신을 가져야 한다.  걱정되는 것은 혹시라도 내년 대통령선거 등 이런저런 변수를 고려하느라 금리정상화 시기를 놓치거나 의지가 꺾이는 것이다. 그렇게 책임을 회피하면 국가경제가 오히려 더 힘들어질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그러니 일체의 잡념이 끼어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잡념이 많으면 목표를 잃기 쉽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당신의 미래, 의심하지 마세요“난 내가 뭘 잘하는지 정말 모르겠어. 다른 애들은 전부 잘하는 게 있는데. 내가 잘하는 게 있긴 한 걸까.” 나들이 가던 중 딸이 던진 말에 운전대 잡은 손이 휘청거렸다. 사춘기 딸이 자신의 고민거리에 대한 첫 토로를 했다. 딸을 키워온 이후 나름 가장 센 발언이었다. 아빠로서, 부모로서, 무언가 그럴듯한 말을 해줘야 한다.  무슨 말을 할까. 올해 돌아가신 아버지와 아직도 매일 잔소리 중이신 어머니가 어릴 적 내게 무슨 말을 했던가 잠시 생각했다. “좋은 대학 가야 한다” “우리 사회에선 학벌이 중요하다” “대학 못 가면 인간 취급 못 받는다” 등 공부하란 말밖에 기억이 안 났다.  나도 딸에게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단 말을 해야 할까. 잘하는 게 없는 건 잘할 때까지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더욱 집중해서 공부하란 말을 해야 할까. 하지만 난 그런 말 할 자격 없다. 나 또한 공부하란 부모님 말씀 지겹게 안 들었다. 그리고 잘하는 게 뭔지도 모르는 채 대학생이 됐고, 졸업해 사회에 뛰어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거나 패배자의 길을 걷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다. 그래, 잘하는 게 무엇인지 몰라도 된다. 인생 어찌될 지 정말 모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구분해 선을 긋는 것이 아니다. 잘하는 게 없거나 잘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만 현재를 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미래는 정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우리 삶을 이끌어 간다. 갑자기 머리가 정리되는 느낌이다. “딸, 그냥 모르겠으면 지금부터 그리고 제대로 알 때까지 최선을 다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최선을 다해 놀고 최선을 다해 동생과 싸움도 좀 하고, 최선을 다해 밥 먹고 최선을 다해 잠도 자. 그렇게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내가 잘하는 거 좋아하는 거 나중에 저절로 알게 돼 있어.” 딸에게 내 얘기를 들려줬다. 난 세상에서 글 쓰는 일을 가장 싫어했다. 초등학교 때 독후감은 한 번도 제대로 써 제출한 적 없다. 군복무 시절 훈련소 입소 후 부모님에게 보내는 첫 편지가 쓰기 싫어 차라리 얼차려를 받았다. 그랬던 내가 글 써서 밥 벌어먹는 인생을 살고 있다. 좋아해서가 아니라 잘하기 때문에 선택한 일이었는데 잘하다 보니 좋아하게 됐다. 어렸을 적 글쓰기가 싫어 “글쓰기는 내가 못하는 일”이라 미리 단정지어 버렸다면 지금 기자생활을 하는 미래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딸! 지금부터 굳이 무언가 찾으려 말고 일단 그냥 가봐. 길을 알고 가면 마음은 더 편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길의 가능성을 놓칠 수도 있어. 그러니 잘하는 건 나중에 찾고 일단은 이 길 저 길 다 가보는 거야. 어때?” 새침했던 딸 얼굴에 슬그머니 미소가 번지는 게 백미러로 보인다. 옆에 있던 아내도 잘했단 눈짓을 보낸다.  불확실성이 큰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다. 불투명한 앞날에 대한 불안은 우리 마음을 잠식해 여유를 빼앗는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진 사람들은 당장 확실히 눈에 보이는 물질에 집착하고 물질 잣대로 서로를 평가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더 큰 불안을 제공한다. 그래서일 것이다. 아직 13세밖에 안 된 어린 딸이 잘하는 게 없다며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은.  하지만 인생, 계획 대로 살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재미있고 그래서 살아볼 만하다.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을 느껴 현재를 자책할 바엔 아무 생각 없이 현재를 충실히 사는 게 훨씬 낫다. 하루하루 충실히 쌓인 현재는 미래의 언젠가 그 빛을 발한다. 이 명확한 인생의 진리를 딸도 알게 되고 지금 고민하는 당신도 알게 됐으면 좋겠다. 2013년 여름 ‘설국열차’ 홍보차 내한했던 틸다 스윈튼과 인터뷰 당시 그가 개인적으로 전해 준 조언이 있다. 그 조언을 지금 모두에게 전한다. “당신이 눈치 채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 인생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당신의 미래, 의심하지 마세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