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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죽밤’ 양동근 “이런 황당한 재미 사실 나도 처음”
“틀에 박힌 것 이골 난 상황, 이 영화 시나리오 ‘이게 뭐지’ 싶었다”
“‘남자배우 마흔부터’ 선배님들 말씀…그 의미 이제는 확실히 안다”
2020-09-29 00:00:00 2020-09-29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워낙 유명한 얘기라 기자들은 물론 대중들도 알만큼은 알고 있을 듯싶다. 연예기자들이 곤욕스런 인터뷰이를 꼽을 때 매번 첫 손가락에 꼽히던 연예인이 배우 양동근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힙합 스웩그리고 또래 대한민국 배우 중 최고의 연기 경력을 자랑했다. 올해로 무려 데뷔 33년 차 다.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 그가 4인조에서 2인조 혼성 듀오로 재편된 의 멤버로 아이돌 활동을 했던 사실을 아는 대중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 양동근은 이후 힙합 전사가 됐다. 어설픈 힙합이 아니었다. 국내 힙합 음악계에서 양동근의 존재감은 지금도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YDG’란 그의 활동 명은 국내 대중 힙합의 단계를 몇 계단 끌어 올렸단 평가를 받을 정도다. 분명 시기였다. 래퍼 활동과 함께 영화 배우로도 활동을 병행했다. 힙합 음악에 심취하다 못해 모든 것을 그곳에 내던진 듯한 그의 스웩은 특별했다. 기자들이 인터뷰 자리에서 그와의 대화에 곤욕스러움을 넘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으니. 그리고 이제 그는 세 아이의 아빠가 됐다.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에서 치트키닥터 장을 연기했다. 인터뷰 자리에서의 양동근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그는 결혼 하셨죠? 그럼 왜 그런지 아시잖아요라며 크게 웃었다.
 
배우 양동근. 사진/TCO(주)더콘텐츠온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양동근은 온 몸으로 기대감이 넘쳐 있었다. 상업 영화 출연도 오랜만이지만, 사실 자신도 아직까지 이해하지 못한 황당한 코미디 코드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 들일지가 너무 궁금하단다. 정말 죽을 만큼 웃음이 터질 정도로 재미를 느낀 시실리 2km’를 만든 신정원 감독의 신작 출연이란 점도 고민 없이 출연을 선택한 이유였다. 하여튼 모든 게 다 궁금하단다.
 
어떠셨어요? 재미있으셨어요(웃음). 진짜 지금도 모르겠어요. 이 영화가 재미있는 건지. 사실 저의 유머 코드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 그런데 신정원 감독님 영화는 진짜 꼭 해보고 싶었어요. 황당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데 나중에 생각을 하면 계속 웃음이 터지는 그런 영화. 그게 저한텐 시실리 2km’ 였거든요. 그리고 이 영화 시나리오가 그랬어요. 그리고 감독님도 정말 독특했고요. 하하하.”
 
그는 처음부터 이 영화를 시종일관 나도 잘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색깔임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유머 코드가 그리 유별나지 않다고 웃으면서, 이 영화만큼은 호흡도 색깔도 캐릭터도 모든 게 정말 괴상망측했다고. 물론 이런 표현이 부정적인 지점이 아니라 온전히 긍정적인 면을 담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대화를 이어갔다.
 
배우 양동근. 사진/TCO(주)더콘텐츠온
 
“(웃음)저도 이 정도 경력이면 산전수전 공중전 우주전 다 겪어 봤잖아요. 하하하. 우선 시나리오에 구체적인 설명이 나와 있지 않았어요. 제가 연기한 닥터 장에 대한 부분이 별다른 설명이 없었어요.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이 부분쯤에서 나오겠구나싶은 게 있거든요. 그런데 이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그런 게 자꾸 터져 나와요. 사실 틀에 박힌 그런 것에는 이골도 났고(웃음). ‘이거 뭐지싶은 것. 진짜 끌린 지점은 거기였어요.”
 
틀에 박힌 것에 이골이 났다는 양동근의 말은 자유로운 형식을 담은 과도 맞닿아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연기에서도 그의 래퍼 기질은 통하는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그래서였을까. 종잡을 수 없는 신정원 감독의 신작은 양동근을 매료시켰고, 그 안에서도 가장 틀을 벗어난 닥터 장은 양동근을 통해 기상천외란 단어로도 설명이 부족한 아우라로 탄생됐다. 이 영화의 완벽한 히든 카드가 됐다.
 
하하하, 제가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배우로 오해를 하세요. 예전에 논스톱을 할 때도 애드리브에 대한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정말 단 한 개의 애드리브도 없었어요. 모두 대본에 나온 대로만 한 거에요. 이번에도 완벽하게 시나리오에 맞췄어요. 물론 조금 더 벗어난 건 있었죠. 제가 의외로 준비를 철저하게 해가는 스타일이에요. 사전에 초 단위까지 계산을 해서 가는데, 이번에는 그런 걸 다 버리고 갔어요.”
 
배우 양동근. 사진/TCO(주)더콘텐츠온
 
이전까진 모든 걸 준비를 하고 현장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해왔다면, 이번 영화에선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들어 가는 걸 택했다고. 그런 기대감과 흥미 또 즉흥성이 이번 영화의 닥터 장을 만들어 냈다. 도저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대사와 기묘할 정도의 분장, 그리고 현장에서 모두가 터져 나오는 웃음은 온전히 양동근의 소화력 덕분이었다. 웃음이 적기로 유명한 신정원 감독까지 양동근의 연기에 현장에서 박장 대소를 했다고.
 
공개된 스틸에도 나오지만 제가 감전돼서 시커멓게 탄 모습이 있잖아요(웃음). 사실 그게 별다른 설명도 없던 장면이에요. 분장 선생님도 그냥 이 정도면 되겠지하고 분장을 해주시고, 저도 이 정도면 됐네요싶었죠. 근데 감독님이 나중에 오셔서 분장 선생님에게 무슨 사진 한 장을 보여주신 거에요. 하하하. 내용은 밝힐 수 없는데. 저도 깜짝 놀라고 분장 선생님도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그 사진에 맞춰서 분장도 하고. 입술이 말려 들어간 것도 그 사진을 보고 제가 해본 거죠. 그 장면을 보고 감독님 모니터 뒤에서 터지셔서. 하하하.”
 
웃음 없기로 유명한 신정원 감독을 박장대소하게 만든 양동근이지만 지금도 이 영화의 전체적인 톤이나 자신의 존재감 그리고 자신이 연기한 닥터 장시그니쳐 대사가 왜 웃긴지는 당혹스럽다며 얼떨떨해 했다. 아마도 이 영화가 개봉하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대중들이 웃음을 터트리는 지점에 공감을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물론 아직도 자신은 평범한 유머 코드를 지닌 40대라고 웃었다.
 
영화 '죽지 않은 인간들의 밤' 스틸. 사진/TCO(주)더콘텐츠온 , (주)브라더픽쳐스
 
언론 시사회 이후 기자님들이 쓴 리뷰도 많이 봤어요. 다들 웃긴 영화라고 하시니 감사는 한데, 도대체 왜 웃긴거에요(웃음). 전 이 영화에서 웃기려고 한 지점이 단 한 장면도 없어요. 하하하. 예전의 나라면 이 영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이게 뭐야라면서 당연히 안했을거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마 어딘가에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여행을 한 번 떠나보자 싶은 심정으로 임한 거죠.”
 
이해가 되지 않고, 황당하고, 또 어디가 웃긴 건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는 양동근이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단다. 출연 배우들의 구성을 보고 이 영화, 터진다를 장담했다고. 한국영화에서 연기력으론 둘째라면 서러운 배우들이 모두 모였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배우들의 조합이 생소하다 못해 희한할 정도였다. 양동근은 첫 상견례 자리에서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상견례 자리에서 본 배우들 조합이 정말 엄청났어요. 뻔한 그림도 아니고, 뭐랄까. 진짜 묘했어요. 배우 한 분 한 분이 엄청난 색깔들을 가진 분들이고. 이거 뭔가는 나오겠다 싶었죠. 그리고 기술 시사에서 본 내 연기. 정말 너무 충격이었어요. 제가 생각하고 표현한 내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해석이었죠. 이런 배우들한테 이런 다른 모습을 끌어 낸 감독님의 작품이라면 이건 된다는 느낌이 올 수 밖에 없었어요.”
 
배우 양동근. 사진/TCO(주)더콘텐츠온
 
시종일관 유쾌하게 분위기를 주도해 가는 양동근이다. 과거의 양동근이라면 전혀 상상할 수 없던 모습이다. 그는 결혼하신거죠?’라며 오히려 질문을 하며 자신의 변화가 이유 있음을 전했다. 언제까지 음악에 심취해 있던 양동근으로 남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욱이 세 자녀의 아빠가 된 이상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더욱이 불혹을 넘어서고 나니 한 가지 깨닫게 된 게 있다며 자신의 변화를 전했다.
 
예전에 선배님들이 남자 배우는 마흔 살 정도는 넘어야 배우 소리를 듣는 거다라고 하시는 말씀들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아니 그럼 내가 지금 하는 건 뭐야, 연기가 아닌가. 그런데 제가 마흔 살이 넘고 나니 그 말씀을 뜻을 정확하게 알겠더라고요. 제가 제 안에 있는 어떤 꼬리표 떼는데 데뷔부터 지금까지 걸린 거 같아요. 이젠 뭔가 자유롭게 부담 없이 편하게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 선배님들이 해주신 저 말씀, 저건 완벽한 진리입니다. 제 연기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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