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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패닉셀' 멈췄지만…현금 아껴 써야
연준 회사채 매입·감산 합의·확진자증가 기울기 주시
2020-04-03 13:00:00 2020-04-03 13: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에서 3월 넷째주에 신규 실업수당을 청구한 건수가 665만건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다. 불과 일주일 전에 330만명 청구로 사상 최고기록을 쓴 터였다. 이전까지 실업수당 청구건수 최고기록은 2차 오일쇼크 당시인 1982년 10월에 기록한 69만5000건이었다. 과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규모다. 
 
이처럼 실물경기 침체의 증상은 이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대조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조금씩 잦아들고 있다. 널뛰던 변동성지수(VIX)는 여전이 크게 움직이고 있으나 변동폭이 눈에 띄게 줄어 들었고, 추락하던 각국 증시는 하락을 멈추고 소폭 반등했다. 위기를 키웠던 국제유가 하락도, 공멸은 피하자는 주요 산유국들의 움직임이 엿보이면서 바닥을 찾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올해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지금 어디쯤에 와 있는지 주요 지표를 통해 살펴보자. 
 

*각 시장의 휴장일이 달라 거래가 없었던 날은 전일가격 반영해 그래프 작성.
 
먼저 주가지수. 아시아에서 코로나19 여파가 조금씩 확산되던 즈음, 중국이 춘절연휴를 마치고 주식 거래를 재개한 이후에도 미국 증시는 꾸준히 오름세를 그렸다. 다우산업지수는 2월12일에 2만9551포인트로 고점을 기록, 3만선에 접근했다. 한국도 당시 2200선 중반이었으니까 강세장이 유지됐던 것은 맞다. 그러다 3월9일부터 한국과 미국이 함께 무너졌다. 중국은 일찌감치 1월13일에 고점을 찍고 조정을 이어가던 중이었기에 낙폭은 한국만큼 크지 않았다. 
 
국제유가(WTI 기준)는 하락세를 그리며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내려가긴 했지만 진짜 충격은 3월 첫째주에서 둘째주로 넘어갈 때였다. 첫 주에도 흘러내리며 금요일(5일)에 41.28달러로 마감했던 유가가 다음주 월요일(9일) 시작하자마자 31.13달러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둘째주엔 30달러선에서 방어했으나 셋째주 월요일(16일)로 넘어가자 28.7달러를 기록, 20달러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종가 기준 최저가는 30일에 기록한 20.09달러다. 
 

*각 시장의 휴장일이 달라 거래가 없었던 날은 전일가격 반영해 그래프 작성.
 
개인투자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영향을 주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역시 주가와 유가 등에 눈이 팔려 있는 사이에 많이 하락한 상태다. 낙폭만 보면 유가 저리가라 할 정도다. 
 
2월 중순 1900대 중후반까지 오르며 2000선을 넘보던 반도체지수는 20일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1949→1891→1801→1746으로 하루가 다르게 뚝뚝 떨어졌다. 하이라이트는 3월16일. 전일 1544였던 지수가 이날 1298로 하루새 16% 가까이 폭락했다. 다행히 3월 중순을 지나며 바닥을 다지고 소폭 반등한 상태인데 아직 고점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비하면 금 가격은 안정된 편이었고, 원달러 환율도 방어를 잘했다고 볼 수 있다. 1200원이 쉽게 뚫리며 위험신호가 켜지는 듯 했지만 1250원을 넘자마자 바로 끌어내렸다.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패닉 셀(Panic Sell)’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은 각국 정부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투자심리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달려 있다. 당장 눈앞에 놓인 시험대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다. 감산 규모와 얼마나 많은 나라가 참여할 지가 관건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회사채를 얼마나 사들일지, 채권을 넘어 주식 매입으로까지 폭을 넓힐지, 감산과 회사채 매입 등의 영향으로 미국 셰일업체들에게 미치는 충격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 추세를 보여주는 그래프의 기울기가 이달 안에 꺾일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1400대까지 추락했던 코스피는 한달도 안돼 다시 1700선 위로 다시 올라섰다. 이것이 반등의 서막인지 하락장에 나타나는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인지 아직 구분할 수 없지만, 투자자들은 매수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코스피 1700이 저평가인지 대한민국 경제를 선반영한 것인지는 1분기 실적 발표의 충격파가 어느 정도인지를 통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생각하더라도 현금을 아껴 쓸 필요가 있는 이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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