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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투자자만 무관심한 '불량주식' 퇴출
2019-12-02 06:00:00 2019-12-02 06:00:00
얼마 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불공정거래 규제기관 합동 워크숍'이 열렸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등 국내 자본시장에서의 부정행위를 관리·감독·처벌하는 정부와 유관기관 관계자가 총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였다.
 
행사는 대형화·지능화되는 기업사냥형 불공정거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관 간 굳건한 공조체제와 유기적인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각 기관 대표자들의 인사말로 시작해, 무자본 M&A 불공정거래의 특성과 사례, 기업사냥형 불공정거래 감지·적발 방법 등으로 채워졌다.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공개하는 이유는 간단하고 분명하다. 잠재적 불공정거래 행위자에게 아무리 고도화한 수법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잡아낼 수 있으니 부당행위를 시도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투자자에게 정보를 주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정부와 유관기관은 이 외에도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등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때도 수시로 경고음을 낸다. 증시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불공정거래가 확산해 불량주식이 많아지면 우리 증시는 투명성이 낮아지는 등 퇴보하게 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투자자가 받게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작 투자자들은 불량주식 퇴출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황당한 소설 같은 얘기인 줄 알면서도 정치테마주 등에 뛰어드는 투자자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을 보면 그렇다.
 
거래소가 불공정거래 발생 한계기업의 주요 특징을 자세히 밝힌 것도 불량주식 퇴출에 대한 투자자의 무관심을 방증한다. 해당 자료를 보면 재무구조 부실이나 비생산적인 자금활동과 같은 추상적 표현을 넘어 영업이익 규모, 부채비율 등도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태로 시작하는 우리나라의 국기 이름은 세글자로 극자와 기자가 들어갑니다'라는 퀴즈처럼 종목명만 말하지 않았을 뿐 조금만 노력하면 피해야 할 기업을 누구나 찾을 수 있을 정도다.
 
불공정거래 위험이 높은 주식에 대한 투자를 피하라는 얘기를 그만큼 강하게 하고 싶었다는 뜻이다. 그동안 낸 경고음을 투자자들이 크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정부와 유관기관,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불량주식 퇴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소용없다.
 
불량주식 퇴출을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처벌을 해도 소비자가 있고 그것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면 불량식품 생산업자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특정 상품을 살리고 죽이는 데 소비자의 역할이 결정적이란 것은 일본 불매운동을 통해 뚜렷이 드러났다.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량은 작년보다 99% 줄면서 사실상 제로 수준까지 떨어졌다.
 
소비자의 자발적 선택이 만든 결과다. 만약 소비자는 원하지 않는데 정부가 수입을 금지했다면 상황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일본 맥주 소비는 의미 없는 수준의 감소에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일본 맥주 암시장이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불량식품을 통해 피해를 보는 것은 오직 소비자다. 생산자는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이윤을 남긴다. 소비자는 불량식품을 사느라 돈을 낭비하고 몸도 상한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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