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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해외시장 등 'V자 회복'에 총력
최근 몇년간 실적 급격히 악화…공장 구조조정 등 중국시장 고민
2019-03-25 00:00:00 2019-03-25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최근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에 완승을 거둔 현대자동차그룹이 앞으로 해외시장 실적 회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시장의 경우 일부 공장의 가동중단 결정을 내리는 등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방향을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총을 통해 정의선 체제를 확립한 현대차그룹은 올해를 'V자 회복'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판매 및 수익성 강화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의 실적이 매년 악화되는데다가 자동차 업계의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최근 몇년간 급격하게 수익성이 악화됐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16년 5조1935억원에서 2017년 4조5747억원, 2018년 2조4222억원까지 하락했다. 기아차도 같은 기간 2조6415억원에서 1조1575억원으로 떨어졌다. 2017년에는 통상임금 1심 판결 패소와 1조원 가량 충당금 반영으로 6622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내에서는 올해 반드시 실적 개선을 이뤄 위기탈출의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실적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중국시장 실적 개선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시장에서는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기아차 '텔루라이드' 등 대형 SUV 라인업을 확대해 본격 시장 공략에 나선다. 제네시스 미국 판매망을 올 상반기까지 재정비해 고급 브랜드를 강화한다. 올해 2월까지 누적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3.7%, 3.4%로 전년 대비 각각 0.1%포인트, 0.3%포인트 증가했고 'G70'이 디트로이트 모터쇼, 모터트렌드 등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된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다만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의 적용 여부는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25% 대상에 한국이 포함된다면 단기적으로 미국 판매 물량의 약 60%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이 경우 국내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 중 상당수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야 되면서 국내공장 가동률 하락 및 부품업계 피해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주총을 마무리 한 현대차그룹이 올해 해외시장 수익성 개선 등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베이징 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반면, 중국시장은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당장의 수익성 강화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베이징 1공장, 기아차 옌청 1공장에 대해 빠르면 5월부터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공장 가동중단의 이유로는 수년간 지속된 판매부진이 거론된다. 현대·기아차의 합산 중국 판매실적은 2015년 167만8922대에서 2016년 179만2022대로 증가했지만 2017년 114만5012대, 2018년 116만2270대에 그쳤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중국 부진을 씻어내기 위해 지난해 다섯 차례 중국 출장을 다녀왔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중국사업본부를 대상으로 인사를 두 차례 단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결국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중국공장 생산규모는 270만대 수준이지만 최근 2년간 중국 실적은 생산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중국 공장 생산규모를 줄이는 대신 중국 전략차종을 늘리고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비중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국이 올해부터 신에너지차 의무판매제를 시행한 점도 친환경차 비중을 높여야 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 '넥쏘'를 활용해 중국 친환경차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2017년말 수소전기차 로드맵을 통해 내년까지 5000대, 2025년 5만대, 2030년 100만대를 누적 보급하기로 발표한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현대차는 중국시장에 넥쏘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베이징 모터쇼', 'CES 아시아 2018' 등에서 '넥쏘'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 및 절개차, 수소전기하우스 등을 전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시장에서 한계에 부딪힌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중 시장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시장 다변화도 추진한다. 현대차는  올 초 인도공장에 5년간 1조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5만대 이상 확대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10월 착공한 30만대 규모의 아난타푸르 공장을 올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한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CKD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에 신규 진출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내시장에서 더욱 뚜렷해지는 수입차 공세도 현대차그룹이 극복해야 할 사안이다. 현대·기아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83% 수준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보이고 있지만 수입차 시장이 지난해 26만대 규모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22일 신형 쏘나타를 출시했다.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을 적용해 상품성을 높여 중형 세단 수요는 물론 대형 세단 수요의 일부도 끌어와 수입 브랜드 엔트리카 확대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 말 출시한 'G90'는 물론 올 하반기 'G80'의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여 벤츠, BMW, 아우디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5000만~1억원 사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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