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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IPO 신기록의 씁쓸한 이면
2020-10-26 06:00:00 2020-10-26 06:00:00
SK바이오팜부터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공모주 청약 '광풍'이 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장이 위축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IPO를 미뤘던 상반기와는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SK바이오팜은 빅이벤트의 시작이었다. SK바이오팜이라는 신약개발회사의 성공 가능성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결과는 성공, SK바이오팜은 상장 첫 날부터 '따상(공모가 2배 가격으로 시초가를 형성해 상한가 기록)'에 성공했고,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4만9000원에 공모주를 배정 받은 투자자들은 소위 대박을 경험한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1인당 우리사주를 1만주 이상 받은 SK바이오팜 직원들이 수억원대의 차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이슈가 되면서 공모주는 로또라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뒤를 이어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대박을 쳤다. 공모가가 다소 높다는 시각이 있었지만 따따상이 예상되는 대어급 공모주 배정에 가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공모주 투자자들의 기대는 상장 후 실망으로 바뀌기도 했다. 상장 초반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던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와 달리 빅히트는 첫 날부터 하락 마감했다. 공모가는 크게 웃돌았지만, 대박을 바라는 투자자들의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 빅히트 주가가 시초가 27만원에서 상장 3일 만에 20만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빅히트 주식을 환불 받고 싶다'는 글이 이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공모 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이 의심스럽다는 의혹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빅히트의 공모가격이 어떻게 결정된 것인지 밝혀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온 것이다. 공모가는 주관사(증권사)와 발행사(기업)가 협의해 결정한다. '대어'로 불리는 종목인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겠지만 해당 종목에 대한 투자 여부는 투자자의 몫이다. 
 
언제부터 공모주 투자가 '한탕'의 수단이 되었을까. IPO 신기록 역사는 새로 썼지만 예상치 못한 뒷탈이 씁쓸하다. 10년 넘게 공모주에 투자해온 한 회계사는 공모주 투자를 '이삭 줍기'에 비유했다. 공모주 투자가 조금씩 배정 받기 때문에 이삭 줍기라고 표현한 것이다. 주식을 적게 사면 수익은 적지만 1년 동안 30~40번 투자하며 줍다 보면 티끌모아 태산이 된다는 것이다. 공모주 청약은 로또가 아니다. 공모주 열풍에 취하지 말고 냉철한 투자 기준과 판단이 필요하다.
 
증권팀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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