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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1994년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였던 O.J. 심슨의 전 부인이 친구와 함께 시체로 발견된다. 모든 증거가 심슨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심슨의 양말에서 전 부인의 피가 발견됐다.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장갑 한 짝에는 심슨과 피해자 두 명의 피가 검출되었다. 사건 현장 주변의 발자국과 심슨의 발 사이즈는 일치했다. 무엇보다 심슨은 전 부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해 고발된 적이 있었다. 유죄 선고를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심슨은 무죄 선고를 받는다. 변호인단은 “부인을 폭행하는 남편 중 부인을 실제로 죽인 사람은 2500명 중 한 명 뿐”이라는 범죄통계를 제시했다. 변호인단이 거짓말한 것은 아니지만, 조작에 가까운 잘못된 해석을 제시했다. 부인을 폭행하는 남편이 부인을 실제로 죽인 사람은 2500명 중의 한 명(0.004%)이다. 하지만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살해된 여성 45명 중 남편이 범인인 경우는 무려 40명(88%)에 달했다. 0.004%와 88%,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통계는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유죄와 무죄가 엇갈리기도 한다. 심슨은 통계의 오류를 경고하는 단적인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통계 오류는 심각한 혼선을 불러온다. 국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2년 국내 이혼율이 47.4%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발표돼 논란이 일었다. 이 수치대로라면 국내 부부 두 쌍 중 한 쌍이 이혼한다는 뜻이다. 통계 오류였다. 2002년에 이혼한 부부 수를, 같은 해 결혼한 부부의 수로 단순히 나눈 수치였다. 예를 들어 2002년에 결혼한 부부가 100쌍이고 이혼한 부부가 50쌍이면, 이혼율은 50%가 된다. 수치의 분모, 다시 말해 비교 기준이 잘못된 것이다. 2002년에 이혼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에 결혼한 경우가 상당수다.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1986년 1월 28일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공중 폭발했다. 우주비행사 7명 전원이 사망하는, 인류의 우주개발 역사상 최악의 사고였다. 사고조사위원회가 즉시 가동됐고, 조사위는 연결부의 고무 패킹이 사고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기온이 떨어져 고무 패킹이 얼면서 탄력성을 잃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리처드 파인만 박사가 얼린 고무패킹으로 사고 당시를 재현하는 장면은 지금도 유명하다. 이것은 표면적인 원인이다. 사고 뒤에는 더 근본적인 통계학적 오류가 있었다. 발사장 인근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자 일부 엔지니어들은 발사 취소나 연기를 요청했다. NASA 고위 관계자들은 이 요청을 묵살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발견된 접합 이상 사례와 기온의 상관성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제시했다. 별다른 상관성이 없었고 오히려 기온이 낮아질수록 접합 이상이 감소했다. 이 수치에는 치명적 오류가 있었다. 1년 전 발사자료를 포함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발사 당시 날씨는 과거 통계에 잡히지 않을 만큼 추운 이상저온이었다(이곳의 역대 최저 기온은 11.7℃였는데 당시 온도는 –0.6℃까지 떨어졌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통계를 중요한 자료로 사용한다. 하지만 통계는 변수에 따라 그 값이 크게 달라진다. 작은 실수 하나가 엄청나게 잘못된 결과를 가져온다. 이른바 ‘통계의 오류’다. 불순한 의도가 있다면 표본과 기간, 비교 대상, 변수 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   경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통계의 오류’가 빈번하게 목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얼마 전 발표된 한국과 미국의 경제성장률 비교였다. 여러 언론이 성장률을 비교하면서 “한국은 2분기 0.7%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미국은 무려 4.3% 성장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기본적으로 ‘전기 대비 연율’이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해당 분기에 기록한 성장률과 같은 속도로 성장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성장률이다.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언론은 전기 대비 성장률,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등을 혼용했다. 단순 실수를 넘어 모종의 ‘의도’를 의심받는 상황이다.   최근 부동산 대책으로 종부세 인상안이 나오자 일부에서 ‘세금 폭탄’이라고 또 호들갑이다. 그런 프레임을 씌우고 싶은 쪽에서는 과연 몇 명이, 얼마를 더 내는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또 속을 국민이 아니다. SNS에는 “나도 종부세 내고 싶다”는 글이 줄을 잇는다. 세금 폭탄 프레임에 대한 일종의 반격이다. 세상에는 세 개의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그냥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잘못된 통계에 그만큼 많이 속았다는 얘기다. 통계 자체에는 죄가 없다. 그것을 자기 입맛대로 재가공하고 왜곡하려는 사람(세력)이 문제다.  김형석 과학 칼럼니스트·SCOOP 대표(blade31@daum.net)


화면·용량만 늘린 200만원 스마트폰, 소비자는 봉인가?"200만원은 너무하네요. 차라리 맥북 노트북PC를 사겠습니다." 한 IT 제품 리뷰 전문 크리에이터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한숨을 내쉬었다. 스스로를 애플 제품 마니아라고 소개한 그는 아이폰3GS 이후 줄곧 아이폰만 사용했다. 아이폰만의 기능과 감성은, 높은 가격임에도 아이폰을 선택하는 요인이 됐다. 새 아이폰을 소개할 때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번 리뷰 방송의 분위기는 달랐다. 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된 아이폰XS(아이폰텐S) 맥스 가격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6.5형(인치)의 최고급 사양인 아이폰XS 맥스의 출고가는 512기가바이트(GB)의 경우 1499달러(약 169만원)다. 역대 아이폰 중 가장 가격이 높다. 여기에 부가가치세를 더하고 환율 변동성까지 감안하면 국내 출고가는 200만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작과 비교해 눈에 띄는 기능이 없는 것도 소비자들의 분노를 샀다. 새로운 칩과 카메라 일부 기능이 추가된 것 외에 소비자를 놀라게 할 만한 기능은 보이지 않는다. 용량은 아이폰 시리즈 중 처음으로 512GB를 선보였다. 화면과 용량만 잔뜩 늘린 채 가격만 높였다는 비판을 듣는 이유다. 애플 제품 마니아인 기자의 한 지인도 "아무리 애플이라지만 이번 신제품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라며 "512GB라는 저장공간을 모두 활용하는 사용자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애플은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면서도 사후서비스(AS) 품질은 낮다는 비판을 수년째 받고 있지만 변화의 조짐은 없다. 휴대폰이 망가져 AS를 받고 싶어도 다른 사람이 쓰던 리퍼폰으로 교환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애플은 자신만만이다. 애플 전문 매체 맥루머스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새 아이폰의 가격이 예상보다 높다는 지적에 대해 "사람들이 지불할 수 있는 넓은 폭의 가격대가 있다"며 "많은 혁신과 가치를 제공한다면 기꺼이 대가를 지불할 사람들이 있다"고 자신했다. 삼성전자도 애플의 고가 정책에 가세했다. 지난 8월24일 국내 출시된 갤럭시노트9의 출고가는 128GB 109만4500원, 512GB는 135만3000원이다. 100만원을 넘는  출고가가 예삿일이 됐다. 삼성전자의 고가 전략도 갤럭시노트 시리즈 충성 고객층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혁신 없는 고가 전략만 이어진다면 결론은 '외면'일 수밖에 없다. 아이폰이나 갤럭시노트가 아니더라도 모바일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제품들은 많다.  박현준 산업1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