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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중국 국가역량을 시험하다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22일 오전 위챗을 통해 확인된 중국 '우한 폐렴‘ 상황은 악화일로였다. 확진자 270명, 의심환자 11명, 완치자 25명, 사망 6명 등으로 우한(武漢)을 중심으로 한 후베이성에서만 312명의 환자가 확인됐다. 설 연휴가 시작된 후 폐렴 상황은 절망적이다. 설날인 25일 저녁 중국 위생부가 밝힌 공식 우한 폐렴 확진자는 1300명에 육박했고 사망자는 40명을 넘었다. 중국 SNS인 웨이보 등을 통해 들려오는 소문은 엄청났다. 우한의 의료 시스템은 마비됐고 감염자가 공식 발표보다 100배 많은 9만 명을 넘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2002년 발병 약 1년여 동안 중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SARS)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불길한 조짐이다. 사스 당시 전 세계에서 총 8273명의 감염자가 발생, 사망자 수는 무려 775명에 달했다. 당시 중국 전역에서는 대대적인 방역이 이뤄지고 사스 예방에 좋다는 식초와 김치 등이 마트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서 동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각급 학교도 휴교에 들어갔다.사스가 베이징을 강타했을 때 중국 보건당국은 물론 베이징시마저도 발병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발병 상황을 은폐하는 등 방역소홀이 사스 확산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될 정도였다. 2003년 4월에는 급기야 베이징에서 환자 수가 급증하는 등 중국 전역으로 사스가 확산됐는데도 장원캉(張文康) 위생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베이징 사스 감염자 수를 13명으로 발표하면서 '걱정마라'고만 했다. 그러나 수백 명의 사스 환자를 치료하고 있던 한 군 병원 의사가 중국 매체에 '위생부장의 발표는 거짓'이라고 제보, 당국의 은폐사실이 드러났다.당황한 후진타오 전 총서기 등 중국 지도부는 곧바로 위생부장과 멍쉐농(孟學農) 베이징시장을 경질했다. 멍 시장은 같은 공청단 출신 후 주석의 총애를 받던 젊은 지도자였으나 이후 산시성(山西省) 성장으로 갔다가 거기서도 탄광 사고의 책임을 지고 다시 물러난 후 재기하지 못했다.  우한 폐렴에 대해 시진핑 국가주석은 20일 질병의 확산을 막도록 총력 대응을 지시한 뒤 21일 윈난(雲南)에 가서 소수민족 대표들을 만나 새해 덕담을 건네는 모습을 연출했다. 윈난은 중국에서 가장 많은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곳으로 이미 폐렴 감염자도 나온 곳이다. 춘제(春節)를 앞두고 우한 폐렴 확산 우려가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고 지도자가 지방 순시에 나선 것은 중국인들에게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우한 폐렴 대응은 리커창 총리가 전면에 나서서 맡고 있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을 사스, 메르스와 같은 등급의 '을류 전염병'으로 지정했고, 대응 수위는 한 단계 더 높은 '갑류'로 상향했다. 갑류는 정부가 모든 단계에서 격리 치료와 보고를 요구할 수 있으며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면 공안이 강제할 수 있고 공공장소에서 검문도 가능하다. '질병을 충분히 통제하고 있다'는 당국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우한 페렴의 전파·감염 속도나 사람 간 전염사례 등은 사스 사태를 따르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는 30억명의 춘제 대이동이 시작됐다. 그중 상당수는 해외로 간다. 한국에도 10만 명 이상이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 보건당국의 대응은 사스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우한 폐렴의 원인은 물론, 초기 대응조치 및 바이러스 유전자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세계보건기구(WHO)나 주변국에 제대로 공유조차 않고 있다.사실 중국인 스스로 당국의 공식적 발표를 잘 믿지 않는다. 대지진이 발생해도 당국이 발표한 희생자 숫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절반 이하로 축소 발표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하거나 대형 탄광매몰사고가 터져도 당국의 발표는 실제와 다를 것이라고 믿는다. 중국의 관영매체가 나쁜 소식을 제대로 전달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우한 폐렴 감염자 수도 실제로는 공식발표의 몇 배는 더 될 것이라고 믿는다. '만리방화(萬里防火)'가 작동하는 중국 사회에서는 소문이 더 위력을 발휘할 때가 많다. 이미 웨이보와 위챗으로는 우한 폐렴에 대해 보다 우려스러운 정보들이 마구 돌아다니고 있다.세계 최고의 얼굴인식기술을 활용한 CCTV가 2억대 이상 설치됐고 추가로 3억대 이상이 올해 안에 설치되면 빅브라더가 감시하는 완벽한 세상을 구축하게 될, 중국에서 바이러스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는 방역체계라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선한 의미'의 빅브라더는 이럴 때 유효하게 작동해야 한다.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우한의 채소시장을 중심으로 설치된 CCTV를 통해 질병 감염과 확산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어야 했다. 사스 때와 달리 지금 중국에서는 당일 택배와 드론 배송이 대세를 이룰 정도로 속도의 시대다. 바이러스 전파 속도도 그렇게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우한에서 베이징까지는 고속열차로 4~5시간이면 갈 정도로 가까워졌다. 우한 감염자는 삼엄한 검역망을 통과해서 기차를 탔다. G2 중국의 국가역량이 엄중한 시험대에 올랐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치유하는 법원' 바라보는 두 시선왕해나 사회부 기자"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다시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음주측정에도 불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최후변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약속을 잘 지켰다. 우리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해주길 바란다." 실형을 내린 1심과 달리 2심을 담당한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가 3개월간 금주하면서 일상을 보고하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동영상으로 증명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어머니와 빚 문제로 다투다가 집에 불을 질러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선 B씨에게도 형사1부는 1심보다 5년은 감형한 1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불우했던 성장과정, 장애 판정을 받고 사망한 남동생, 과도한 채무, 이 모든 것을 어머니한테 털어놨을 때 돌아온 질책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17년 후 어머니께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하라." 법원은 B씨에게 기회를 줬다. 판사는 근엄한 얼굴로 중형을 선고하고 피고인은 고개를 떨어뜨리는, 보통의 법정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었다. 그저 기계적으로 처벌하고 피고인은 범행을 반복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보자는 게 '치유 법원'의 취지였다. 형사1부는 일정 기간 과제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양형에 반영하면서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다. 의미있는 시도다. 형사1부가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으면서 치유 법원은 중요한 과제를 안게 됐다. 재판부가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또다시 권력자가 뇌물을 요구할 경우 어떻게 할지"를 물었고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를 설립해 상시적으로 그룹 내부의 비위 행위를 감시하도록 한다는 답을 내놨다. 이에 대해 준법감시위가 이 부회장에 대한 '면죄부'가 되선 안 된다, 권력형 비리에 치유 사법을 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삼성의 범죄는 처벌의 대상이지 교화의 대상은 아니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재판부는 치유 법원에 대한 또 다른 시선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A씨가 다시 음주운전을 했을 때의 위험성, B씨가 어머니를 살해한 범죄가 자칫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는 비판. 그리고 삼성이 총수 일가의 승계와 원활한 영업활동을 위해 다시금 정치권과 결탁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그건 재판부의 손에 달려있다. 재판부 입장에서 보면 판사봉을 두드리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대한민국 1위 기업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며 삼성이 긍정적인 본보기가 돼야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 재판부가 열쇠를 쥐었지만 문을 열었을 때의 결과는 삼성과 사회가 감당하게 된다. 재판부의 지혜로운 판단을 기대한다.  왕해나 사회부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