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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23 (일요일)

'보상(輔相)형 대통령제'로 대탕평하라임채원서울대 국가리더십센터 선임연구원앞으로 한 달 뒤면 다음 정부의 대통령이 취임하고, 국무총리와 장관 등 조각도 단행된다. 게다가 차기 대통령은 바로 국정 공백을 메워야 하는 까닭에, 허니문 기간도 없이 야당과의 대립 전선에 서게 된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여소야대의 정치지형이 기다리고 있다. 40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은 말할 것도 없고, 120석을 확보하고 있는 원내 제1당인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야당의 도움 없이는 장관 한 명 속 시원히 임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국회는 타협과 협력보다는 여야 모두 원내 권력의 최대치를 확인하는 극단적 대결의 정치를 펼쳐왔다. 집권여당이 절반을 넘는 다수당일 때는 날치기를 해서라도 그들의 힘을 과시하고, 확인하는 정치를 강행했다. 소수 야당은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여당의 다수결주의에 극한적 형태로 저항했다. 힘의 정치에 대한 또 다른 편향은 '국회선진화법'이 증명한다. 누구나 선진화법이 정상적인 의회주의에 따른 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소수 정당을 위한 보호장치가 없다면 국회는 극단적 대결의 정치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이 법률은 지속되고 있다. 힘의 최대치를 확인하는 정치문화에서 다음 정부의 구성이 험난할 것이라는 것 또한 누구나 예상 가능하다. 우선 대통령이 지명하는 총리와 장관 후보들의 인사청문회 통과가 난망하다. 특히 올해는 대통령이 선출된 뒤 인수위를 구성할 틈도 없이 바로 국정운영에 돌입한다. 정부는 선거 후유증으로 야당의 협조를 받기가 쉽지 않을 분위기다. 더구나 1년 뒤 지방선거를 겨냥한 야당들은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자신들의 정치적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대결국면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정치지형과 문화 속에서 대통령이 빼들 수 있는 정치적 승부수는 무엇일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1919년 상해 임시정부의 임시헌법, 1948년 제헌헌법 그리고 1987년 현행 헌법에 명문화된 '국무총리의 국정통할권'과 '국무회의의 심의권'을 실행하면 된다. 임정부터 내려오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권한을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권력을 자제하고 국정을 운영하면 손쉽게 야당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 조선시대 영조와 정조의 대탕평 정책도 본받을 역사다. 영조는 '조제보합적 탕평'을, 정조는 '의리적 탕평'을 국정운영 방법으로 도입했다. 조제보합은 '의리의 조제(調劑)와 인재의 보합(保合)'을 의미하는데, 율곡 이이가 당쟁의 해결책으로 중국의 탕평 이론을 들여오면서 언급했다. 조제는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원래 근원이 하나여서 조화와 절충이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조선후기 정파 간의 극한적 대립을 이론적으로 조화시키는 힘이 됐다. 보합은 정파 사이에서 인재를 고루 등용하는 것을 뜻한다. 이 조제보합적 탕평은 율곡 이후 영조까지 조선 정치의 가장 중요한 정치전략이 됐다. 정조의 '의리적 탕평'은 군주가 신하들의 이해관계를 단순히 조화시키는 차원을 넘어 도덕적, 지적 우위를 확보하고 군주 스스로가 스승의 입장이 되어 신료들에게 국정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근본이 있다. 그래서 정조의 정책을 '군사(君師)적 탕평'이라고도 했다. 정조는 자신과 가까운 남인계열의 채제공에게 좌의정을 맡기고, 영의정과 우의정은 노론 등 다른 당파에 맡겼다. 정조는 군주를 중심으로 의정부의 세 재상과 함께 권력을 나눠 국정을 운영했다. 영·정조 시대 탕평의 근원은 주례의 총재제와 조선 초기 정도전의 재상중심제, 세종 말년의 의정부서사제 그리고 실학파들의 관부일체론까지 모두 동아시아적 국정운영 원리에 기초했다. 이를 '보상(輔相)형' 국정원리라고 한다. 군왕을 수레바퀴의 중앙에, 재상을 수레바퀴의 살에 그리고 육조 등 관료들은 바퀴에 비유한 것이다. 5월9일 대선이 끝나면 새 정부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안보와 경제의 위기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더구나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개헌을 추진하는 빠듯한 일정도 소화해야 한다. 특단의 해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양한 외국의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렇지만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정치문화가 다른 외국의 선례는 우리 현실과는 유리된다. 이럴 때 우리 역사와 헌법 속에서 해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제헌헌법에 규정됐지만 그간 사문화됐던 보상형 대통령제를 부활시키는 것에 새 정부의 활로가 있다. 보상형 대통령제로 대탕평을 하라. 그러면 난마와 같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새로운 길이 보일 것 같다. 임채원 서울대 국가리더십센터 선임연구원 


엘시티 사건 성역 없이 수사해야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 사건은 퇴진 압박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엄정히 수사할 것을 지시하고 담화까지 발표한 사건이다. 당시 많은 이들은 최순실 게이트를 잇는 '제2의 권력형 게이트'로 주목을 했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묻혀 있는 동안 많은 증거가 인멸 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검찰 수사는 엘시티 사업과 관련 인허가 특혜, 금융권 특혜 대출, 엘시티 투자이민지구 지정 등 각종 의혹에 밝혀내지 못한 '반쪽짜리 수사'에 그쳤다는 평가다.  엘시티 비리 사건을 수사해 온 부산지검 특수부는 지난달 7일 "지난해 7월부터 엘시티 사업 비리를 수사해 12명을 구속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며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과 시민단체는 '부실 수사'라며 검찰을 강력히 질타했다. 부동산 투자이민제 지정, 책임준공 조건 포스코건설 시공사 선정, 부산은행의 엘시티 시행사 대출 등 핵심 의혹이 철저하게 규명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산지역에서 정관계가 전방위적으로 연루돼 일어난 사건을 부산지검에 맞긴 것부터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맞긴 것이라는 질타도 이어졌다. 야당의 한 의원은 "엘시티 비리 사건이 허남식 부산시장은 물론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과 검찰 등 유력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이 있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애당초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펼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이 50m 떨어진 곳에 101층 주상복합단지로 조성되는 엘시티는 사업 인허가부터 추진 과정에서 각종 인허가 특혜, 정·관계 로비 의혹 등 상식선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당시 해당 여야 정치인과 전현직 검찰 간부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적폐 척결과 엘시티 부패 척결은 같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들은 검찰을 불신하고 정치검찰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 높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이 회장이 “죽을 때까지 아무 말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만 봐도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연루돼 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엘시티 금품비리 사건과 관련, 4억3000여만원대 부정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정식 재판을 받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 회장이 술값을 대납한 고급주점에서 술을 마셨다는 사실도 나왔다. 당시 이 회장은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하고 있을 때였다. 이 회장이 현 전 수석 등 유력인사들을 접대한 서울 강남 소재 고급주점의 여주인 A씨가 지난 17일 재판의 증인으로 나와서 증언한 내용이다. 또 현 전 수석이 청와대에 근무할 때 이 회장의 부탁을 받고 검찰 수사 책임자를 만났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후 현 전 수석이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김한수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을 직접 만나고 나서 "내사 결과 아무것도 없다더라. 사업이나 열심히 하라"고 했다고 이 회장은 진술했다. 많은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는 엘시티 비리 의혹 사건은 오는 5월9일 대선 이후 만들어질 '특검'이 새로운 진상을 밝혀낼 것으로 기대해 보지만 검찰의 의지가 중요해 보인다. 일부 부패한 제식구 감싸기를 위해 검찰 전체의 명예를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4당은 부산 엘시티 사업과 관련한 각 종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고 질타 한 바 있다. 그러면서 대선 이후 특검 도입에 4당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국민의 의혹을 말끔히 씻어줄 수 있도록 성역 없는 수사를 펼쳐기 바란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