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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8 (목요일)

동아시아 문명의 천하국가론임채원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대한민국은 세계시민들이 공감하고 지지할 어떤 보편적 가치와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가. 영국 싱크탱크인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2032년이 되면 세계 10대 국가 중 5개국이 아시아에서 나오리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긴밀해지는 지구 공동체를 전통적 국력 개념 대신 지역적 문명 개념의 새로운 권역으로 나눠볼 때 앞서 언급한 10개국은 개별국가가 아니라 역사·문화를 근거로 한 문명권으로 묶을 수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동아시아 문명, 여전히 세계패권의 중심인 미국 문명, 유럽연합을 근간으로 한 서구 문명, 라틴아메리카 중심의 브라질 문명, 남부아시아의 인도 문명, 이슬람을 중심으로 한 인도네시아 문명 등이다. 국가주의를 기초로 지역적 교류와 갈등이 공존하는 세계 6개의 문명권이 각자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한 채, 글로벌 거버넌스의 협력을 추구하는 시대가 앞으로 30년 동안의 세계사 방향이다. 반면 세계정치의 리더십은 낙관적 전망을 주지 못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는 전통적 미국 고립주의와 보호주의로 회귀했다. 중국 역시 패권화와 폐쇄적 애국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시민들에게도 미국을 대신해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선도국가로서의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아베가 폐쇄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유럽은 반이민 정책과 극우세력의 약진으로 어두운 세계를 예고 중이다. 올해 2월9일부터 25일까지는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3월9일부터 18일까지는 패럴림픽이 열린다. 암울한 세계정치 속에서 이 기간 대한민국이 동아시아 문명에 기초한 보편주의적 가치와 철학을 세계시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다. 2016년 촛불혁명과 2019년 대한민국 100주년을 즈음해 보편적인 인권과 민주주의로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한국이 새로운 흐름을 불러올 수 있다. 전환적 문명을 모색할 때 동아시아 문명의 '천하국가(天下國家)' 이론은 대한민국이 제시할 철학과 가치의 역사적 뿌리다. 서구 문명의 평화론이나 국제정치의 패권이론이 아닌 동아시아 문명에 기원을 둔 세계평화론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학>과 <중용> 등 동아시아의 고전 속에 있다. <대학>은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의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국정운영 원리를 철학적 기초로 제시한다. 나아가 <중용>은 '천하국가론'으로 구체적인 동아시아 문명의 세계평화론을 말하고 있다. <중용> 20장에는 "무릇 천하국가를 위해 구경(九經)이 있다"고 가르친다. 국가 리더십의 9대 원칙은 '자신을 닦고, 어진 사람을 높이고, 가까운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국정에 참여하는 정치인들을 공경하고, 정부 관료들을 내 몸과 같이 여기고, 서민들을 내 가족처럼 대하고, 세계의 능력 있는 기술자들을 오게 하고, 먼 나라 사람들에게 부드럽게 대하고, 여러 나라의 제후들을 품어 안는다'는 것이다. 이 단순한 원칙이 세계사 속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오랜 세월 문명의 충돌과 갈등이 계속됐다. 예컨대 서구 문명과 이슬람 문명은 1500년 넘게 피의 보복과 전쟁으로 화해 불가능한 문명의 충돌을 불러왔다. 밀레니엄의 시작에 일어난 9·11 테러는 그 이후 이슬람국가의 출현,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나는 테러리즘 그리고 중동의 평화에 위협을 낳고 있다. 21세기는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시대다. 동아시아 문명과 인도 문명, 인도네시아 문명은 경제적 성장보다 정신적 가치와 문명 간 화해와 협력에 대한 역할을 제대로 할 때야 세계시민들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문명은 세계시민들로부터 유구한 역사 속에서 서구 문명에 대안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을 받는다. 동아시아 문명 중에서도 한국만이 보편적 인권과 민주주의가 가능한 나라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의 패권주의나 일본 폐쇄성은 세계시민들로부터 보편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2016년 촛불혁명까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민주공화정을 발전시킨 한국이 새로운 세계 민주주의의 요람이 될 수 있다. 시진핑은 2050년에 중국을 세계 초일류국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그러나 그 목표는 보편주의가 아니라 중국 중심의 패권주의다. 패권주의로 동아시아 문명의 뿌리인 '천하국가'의 민주주의에 근거한 세계평화론의 제시는 불가능하다. 21세기는 국력 경쟁을 넘어 지역 경제블록에 기반을 둔 6개의 문명권이 충돌하고 협력하는 시대다. 이 문명의 충돌에서 한국이 동아시아 문명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천하국가'의 세계평화론을 제대로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준비로 2월 평창올림픽과 3월 패럴림픽에서 그 구체적인 제안들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임채원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갈길 먼 일선병사 처우개선최한영 정경부 기자기자는 육군 병장으로 2년 간의 군 생활을 마쳤다. 일병 시절, 레바논 동명부대 파병 모집공고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원서를 냈다. 지원 이유는 결국 월급 때문이었다. 파병기간 중 월 160만원씩 지급되는 급여를 모아두면 복학 후 학비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는 컸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대신 기자의 한 달 고참이 선발되는 모습을 부러운 눈빛으로 지켜봐야만 했다(고참은 6개월 파병기간 중 받은 월급을 적금통장에 알뜰하게 모았다). 군 생활 중 월급은 훈련병 시절 6만원, 병장 때도 10만원을 넘지 못했다. 전역 후 급여통장에 남아있는 돈은 거의 없었다.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을 PX(군대 내 매점)에서 구입하고 휴가 중 식사 몇 번 하는 것으로 월급은 사라져갔다. 미흡한 장병복지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휴가비로 인해 도서지역 근무 병사들이 제 돈을 들여 휴가를 가거나 군용 랜턴 등 필수품목을 병사들이 자비로 구입하는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병사들의 불만은 전역 후에도 이어진다. 군은 올해부터 동원 예비군훈련 후 지급되는 보상액수를 기존 1만원에서 1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인상률로 따진다면야 무시할 수 없지만 “3일 동안 시간 버리면서 훈련하는데 민간인이 왜 ‘국방페이’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속 하소연이 더 와닿는다. 국방부는 ‘공무원 보수규정’ 개정안 공포에 맞춰 금년도 병사 봉급 인상분을 본격 적용한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병사 월급은 병장 기준 40만원을 넘기게 됐다. 병 봉급 인상이 완료되는 2022년에는 병장 월급이 67만6100원에 이른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생활을 하면서도 전역 시 한 학기 등록금 수준인 600만원 정도의 목돈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장병들에게 적정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처우개선의 시작이자 병사들의 목숨값이 ‘껌값’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여기에서부터 상급자들의 병사에 대한 존중은 시작된다. 그래야만 진지공사 후 복귀하던 병사가 “도비탄(총에서 발사된 탄이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튕긴 것)에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발표가, 사령관 부인이 공관병에게 새벽까지 인삼을 달이도록 하는 갑질이 사라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사병들의 복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과제들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약속에 걸맞은 후속조치를 기대한다. 가고 싶은 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수 남성들이 ‘군 시절은 내 인생의 암흑기’로 회상하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최한영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