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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포토라인 배제…가당키나 한가국회의원이 범죄를 저질러도 실명공개가 금지된다면 국민의 알 권리 침해인가 아니면 피의자의 인권보호인가. 지난 시절 검찰이 범죄혐의를 받는 국회의원을 비공개로 소환할 경우 봐주기 수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피의사실, 소환여부는 물론 실명공개도 원칙적으로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경찰 등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직무를 행함에 지득한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한 때에는 처벌된다. 피의자의 인권보호측면을 강조한 규정이다. 그런데 현실은 정치인, 대기업 총수 등이 수사를 받게 되면 거의 실시간으로 언론보도를 통해 그들의 피의사실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최근 버닝썬 사건으로 인해 유명 연예인들도 포토라인에 섰다. 피의사실공표는 금지되지만 유력인사들의 피의사실보도는 일반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의사실공표로 처벌된 사례도 전무하다.  언론의 피의사실보도는 양날의 칼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해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지켜볼 수 있는 감시기능이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극으로 몰고 간 ‘논두렁 시계’사건이다. 법무부가 훈령으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제정한 것도 피의사실공표의 부작용을 방지하고 그 기준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와 피의자의 인권 간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피의사실공표다.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인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고 연일 언론에서 기사화하는 것이 인권침해요소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공적인물이라 일컬어지는 정치인, 고위공직자, 대기업 총수 등이 관련된 피의사실의 경우 그들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정치권도 여야막론하고 피의사실보도를 정치적 도구로 적극 활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직 대통령 수사나 김성태 의원의 자녀 채용비리 수사와 같이 야당과 관련된 수사정보가 알려질 때마다 맹렬히 비판에 나섰고, 한국당도 환경부블랙리스트 사건이나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 수사에 대해서 마찬가지 태도를 취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기소 전 피의사실공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소환일정 공개를 금지하며, 심지어 기소 후에도 공소사실이나 범행경과 등은 공개가 금지되는 내용이 담긴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인권을 보호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러나 법무부의 움직임에 대해 현 단계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 우리가 수사기관이 제대로 수사하고 있는지 궁금한 주된 대상은 정치인과 재벌로 상징되는 권력자다. 만일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채 진행되었다면 우리가 완전히 수긍할 수 있었을까. 지난 정권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도 마찬가지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윤석열 수사팀은 윗선에 알리지 않고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는 등 정면 돌파를 시도했고 여론은 수사를 응원했다. 이 또한 기자들이 피의사실을 취재한데서 기인한다. 그런데 법무부의 움직임은 검찰의 깜깜이 수사를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구를 수사하고 누구를 소환하는지 모르는 깜깜이 수사는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검찰에게 폭 넓은 재량을 허용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검찰개혁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또한 법무부는 행정안전부와 논의는 했는지도 궁금하다. 최근 경찰은 신상공개가 결정된 이후에도 머리칼로 얼굴을 가려 얼굴공개가 되지 않고 있는 고유정 사건 이후 ‘머그샷’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경찰의 움직임은 법무부의 추진 방향과는 상반되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여론의 비판이 일자 자신과 관련된 수사가 마무리 된 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금지하는 방향으로만 추진할 것이 아니라 여론을 경청하고 입법례도 참조하여 대상·범위·절차 등을 구체화한 후 개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즉 대상을 정치인, 고위공직자, 재벌, 재난 사건, 흉악범 등 국민의 관심사가 되는 사건으로 엄격히 제한하여 일반 시민들의 피해를 방지하고, 공개절차를 명확히 하여 남용을 방지하고, 인권보호와 국민의 알 권리가 조화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력자에 대한 감시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우리가 직접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이 수사를 받게 될 경우에 그의 실명과 피의사실을 모르는 것은 민주주의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일하고 싶은 노인의 '더 오래'간호학교를 나온 62세 조모 할머니는 최근까지 지방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했다. 수십년 간 해온 일이기에 경험치가 높았던 점을 병원에서 인정하고 계속 고용을 했기 때문이다. 조 씨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더 오래 일하고 싶었지만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후배들의 눈치가 큰 부담으로 작용해서다. 일부 후배들은 연륜을 높이 사면서 본인의 미래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응원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젊은층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인식이 강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돌봄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질 텐데 일할 수 있음에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아쉬움을 토로했다.  몇 년 후에는 조씨처럼 '일하고 싶은' 노인의 일자리 문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가 물꼬를 튼 것이다. 정부는 최근 인구대책 발표를 하면서 앞으로 3년 후인 2022년에 관련논의를 실질적으로 진행 하겠다고 공언했다. 65세 정년 연장을 화두로 던지면서 연착륙을 위해 일본의 '계속고용제도'를 벤치마킹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기업에 60세 정년 이후 일정연령까지 근로자의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등 고용연장 방식은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계속고용제도가 정년연장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셈이다. 사실 이번 정부가 내놓은 구체적 내용은 단기책 중심으로만 담겼다. 노인 고용을 독려하기 위해 60세 이상 고령자고용지원금을 현행 27만원에서 내년 30만원으로 올리고,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을 신설하는 식이다. 일단 기업에 노인 고용을 독려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잡은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2022년에 재고용이든 정년연장이든 정년폐지 든 무엇인가를 의논하고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큰 갈등의 논란은 청년일자리와의 충돌이다. 고령 노동력이 청년 노동력과 대체 관계라기보다는 보완관계에 있다는 연구들도 일부 있지만 직종별, 업종별 차이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은 2017년 이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이 전체의 25.5%뿐이어서 청년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령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정년연장은 체감실업률이 25%에 이르는 청년들의 취업난을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라며 우려하기도 한다. 특히 일자리의 질이 높은 대기업일수록 갈등의 폭은 격화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 시점에서 일하는 노동력 확보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가 작년 3765만명을 정점으로 올해부터 감소해 2030년대 초까지 10년 동안 매년 30~40만명씩 줄어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향후 50년 내에는 생산인구 1명이 노인 1명씩을 부양해야 하는 사회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피할 수 없는 인구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할 수 있는 노인의 일자리를 보장해야만 한다.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에 영향을 미쳐 세대간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방향의 세밀한 정책이 필요한 셈이다. 정부는 청년층과 고령층 노동력의 상호 대체성과 보완성을 업종과 직종 등으로 구분해 실증적으로 평가한 뒤 특성에 맞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륜과 연륜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재교육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 등을 만들면 만들수록 병든 인구구조의 폐해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청년은 청년의 자리에서, 일하고 싶은 노인은 또 다른 자리에서 생산력을 높이는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 더 일하고 싶은데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조씨같은 노인이 나오지 않게. '더 오래'.  김하늬 정책부 기자(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