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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성 장군 박찬주씨, 갑질 아니다이강윤 언론인전직 육군 대장 박찬주씨는 공관병 갑질로 악명 높다. 언론들이 실수했다. 박씨는 갑질을 한 게 아니다. 갑질이란 계약서 상 갑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을에게 부당 요구를 하는 걸 말한다. 이 때의 갑과 을은, 힘은 차이 나지만 적어도 사람이라는 점은 같다. 박찬주씨는 공관병이나 부하를 '사람'으로 본 게 아니라, 군대 내 비품 정도로 취급했다. 한 술 더 떠 그의 아내와 아들까지 공관병을 사람 이하로 취급하며 온갖 패악질을 부렸다. 박씨의 아내가 공관병을 사람으로 봤다면, 간이 맞지 않는다고 음식을 병사 얼굴에 던질 수 있겠는가. 공관병이 대장 가족들 끼니까지 챙기는 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박씨 아들은 자기 남녀 친구들을 국가 보안시설인 2군사령관 공관에 불러 파티를 벌였다. 제 또래인 공관병들로 하여금 시중들게 했다. 박씨가 자식 교육을 어떻게 했고, 그 자식은 뭘 보고 자랐는지 짐작이 간다. 이 정도면 봉건시대 식읍(食邑)의 제후 수준이다. 박찬주씨는 아마 지금도 앙앙불락할 것이다. "선후배 별들이 다 그러는데 왜 나만 문제 삼나. 이건 정치탄압이야"라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인재 1호라고 추켜세우자 쾌재를 불렀겠지만, 그 쾌재는 하룻 밤을 넘기지 못했다. 군문(軍門)만 그런 게 아니다. 국회 검찰 등 국가기관은 물론 기업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영역에 뿌리 깊다. 가족이 죄다 갑질로 악명 높은 대한항공 조씨 집안의 패악질을 국민들은 처참한 심정으로 목격했다. 고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도 박씨처럼 비서나 작업원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이 실정법 상 무슨 죄를 저촉했는지는 법률가들이 정할 일이지만, 그들의 가장 큰 잘못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은 죄이다.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이다. 요즘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는 대한민국 검사들도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국민을 우습게 봐왔고, 같은 수사기관 종사자인 경찰은 50년 넘게 '따까리' 정도로 부렸다. 턱짓 하나로 오라가라 하고, 권한 남용해서 경찰을 몸종 정도로 여기는 검사도 더러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다 상명하복 구조와, 사람을 부속품 정도로 여기는 사고체계 때문이다. 그런 사고의 바탕에는 사람 깔보는 선민의식과 우월의식이 투철하다. 이제는 많이 줄였다고 생색 내는 국회의원 특권도 본질적으로는 박찬주 씨나 검경 관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왜 이런 일이 계속 될까. 박찬주씨나 대한항공 조씨 집안, 특권의식의 시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몇몇 검사나 일부 국회의원들의 '품성' 문제일까. 그저 몇몇 미꾸라지들의 일탈일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구조적 문제가 있다. 상명하복과 권위주의에 찌든 조직문화를 외면한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모든 기관/조직에서 끈질기게 벌어지고 있는 갑질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손이 없나 발이 없나, 누군가 문 열어주지 않으면 차에서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매일 아침저녁 각 기관/청사에서 목격된다.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이자 의전이라 생각한다. 이런 게 없어지지 않는 한, 이 나라는 봉건 신분제 국가와 한 치도 다를 바 없다. 의전과 특권, 권한과 권위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너무 많다. GDP가 3만달러 아니라 10만달러가 된다 해도,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을 추방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경직된 의식과 조직문화로는 여지껏과는 다른 내일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당면 최대 문제는 상급자는 많지만, 리더는 드물다는 점이다. 상급자는 대접받고 권위 부리는 것에서 존재 이유를 찾는다. 리더는 조직문화를 구조적으로 바꾸고, 조직원 즉 사람의 가치를 극대화시킨다. 리더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슬로건은 "사람이 먼저다"이다. 몇 백 년간 이 나라를 짓눌러온 권위주의와 특권의식을 행정부에서부터 걷어내고, 국가 전 영역으로 확산시키는 초석을 놓는다면, 문 대통령은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임기 반환점을 막 돈 문재인정부에 특별히 요청한다. 정부의 온 역량을 특권의식 해체에 집중해주시라. 촛불정부 최대 주주이자 유일한 실세인 시민들은 3년 전 이 정부에 엄숙하게 명령했다.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개벽의 첫 날을 만들어달라"고. 최고는 계속 바뀌지만, 최초는 영원히 남아 신화가 된다. 이강윤 언론인(pen3379@gmail.com) 


당직자·보좌진 '쉬운 해고' 인식 바꿔야 JTBC 드라마 '보좌관' 시즌1이 흥행을 거두고 최근 시즌2가 막을 올렸다. 정치권을 묘사한 드라마는 많았지만 국회의원이 아닌 보좌관을 조명하는 드라마는 처음이었던 만큼 보좌진들은 물론 기자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드라마 '보좌관'은 보좌관들의 일상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정작 현실의 보좌진들은 어떤 장르의 드라마나 그렇듯 드라마 '보좌관'과는 괴리를 느낀다. 그들이 느끼는 괴리감이라는 것을 모두 이해하고 알 순 없지만 적어도 최근 직접 들은 말에선 그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 "의원님에 대한 의혹보도가 있었는데 보좌진이 막지 못해서 해고 당했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바뀐 보좌진만 벌써 3~4명이 넘어요." 야당 의원실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같은 당 소속 보좌관들이 하나 둘 해고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로 '파리목숨이구나' 느낀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의원실 관계자의 말은 자료로도 증명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당연퇴직을 제외한 의원면직·직권면직을 합한 규모는 20대 국회에서만 지난 10월말 기준 1542명에 달했다. 이전 국회도 다르지않다. 19대 국회에서도 1342명이 면직을 당했다. 국회 보좌진이 국가공무원법상 별정직공무원인만큼 임면권자인 국회의원의 의사에 따라 아무런 예고도 없이 면직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파리목숨'의 비정규직이다. 당직자도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인다. 최근 내홍이 심각한 한 정당의 공보실에서 2명의 직원이 퇴직했다. 해당 직원 가운데 한 사람은 좌천성 인사가 퇴직 사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자의 경우 희망퇴직도 받고 인사위원회라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사실상 당권에 의해 최고위원들까지 징계로 배제시키는 마당에 당직자들의 앞날 역시 불보듯 뻔하다. 결국 여야 보좌진협의회가 공동으로 '국회 보좌직원 면직예고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갑을 관계도 못 되는 의원과 보좌진 관계에서 적어도 그만두라고 할 땐 30일 이전에 알려달라는 요구 정도다. 이에 여야 3당 원내대표도 늦었지만 "법안 개정과 제도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직자의 경우에도 안전장치가 있음에도 사실상 '쉬운해고'가 이어지고 있어 제도개선은 물론, 국회의원들의 보좌진에 대한 인식 개선이 더 시급해보인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