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01.20 (금요일)

4차 산업혁명과 자본시장의 역할제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기술의 고도화로부터 촉발되는 경제 구조 전반의 혁신적 변화를 통칭한다. 일각에서는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과장된 수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가 인공지능에게 패하고 무인 자동차가 등장하는 등 상상에서만 가능했던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산업간 경계를 초월하는 기술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제3차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정보통신기술이 물리학 기술과 융합되면서 자율주행차, 드론, 3D프린팅 등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산업에도 고도의 데이터 처리기술이 접목되어 유전자 분석 비용 등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생명공학의 가능성이 무한히 확장되었다.  우리 자본시장도 이러한 경제환경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와 함께 급격히 진전된 금융 글로벌화는 금융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는 기여했지만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자본시장 본연의 기능은 미흡하였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로 인해 금융 또는 자본시장이 세상의 1%만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제 자본시장은 제4차 산업혁명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데 기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지녀야 한다.  그 핵심은 자본이라는 제한된 자원을 어떤 분야에 집중적으로 공급할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론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산업트렌드 변화가 현실화되면서, 디지털기술, 인공지능과 로봇, 빅데이타, 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이 우선지원 분야가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게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런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집중되어 있는 코스닥시장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을 어떻게 선별해 자본시장에 진입시킬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잠재력 있는 기업에게 충분한 성장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그러한 투자의 불확실성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간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닥시장에서는 현재의 기업실적이 부족하더라도 시장이나 상장주선 증권회사의 평가가 우수한 기업의 조기 상장을 허용하고, 대신 상장이후 일정기간 동안 주가 하락시 증권회사가 그 차액을 부담하는 방식의 상장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자본시장 운영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앞으로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신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기업의 상황별 특성을 고려해 옥석을 구분할 수 있는 역량까지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기대감 못지않게 이러한 산업구조의 변화가 초래할 양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신기술을 선점한 1등 기업이 누릴수 있는 부가가치가 무한대에 가깝게 커지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초기 창업기업과 같은 '작은 기업'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방향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코넥스 시장, KSM(스타트업 시장), M&A중개망 등 창업초기 기업 자금조달 지원을 위한 시장을 잇달아 개설했다.  이러한 벤처 자본 인프라들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우리 경제구조의 체질을 튼튼하게 하기 위한 기반투자의 성격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경제구조의 핵심부가 얼마나 화려한가 보다는 주변부의 안정성이 어떤가에 따라 그 경제 체제의 지속가능성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또한 이렇게 시장의 도움을 받은 작은 기업들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과거 전통산업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거대 기계장치와 막대한 자본에 의존하던 제2차 산업혁명 시대와는 달리 인적 자본의 창의성에 의존하는 변화된 산업환경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창업후 10년여만에 시가총액 기준 세계 7위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런 면을 보더라도 창업초기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은 의미있는 투자이다. 그리고, 이러한 벤처자본 생태계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최종 회수시장인 코스닥시장의 활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코스닥시장이 미래성장 기업들의 메인보드로 확고하게 자리잡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풍요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와 숨막히는 경쟁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혁명의 속도와 깊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설사 이해하더라도 신기술의 발전과 수용을 둘러싼 엄청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디, 자본시장이 이러한 갈림길에서 지혜로운 해법을 찾는데 의미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


그런데 우병우는?희대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파죽지세로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달 21일 공식적인 수사를 시작한 지 28일만에 ‘천하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대통령의 복심’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피의자로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되기는 했지만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해서는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최종 목표인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보름 정도 남겨두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시계도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공판준비기일 3번 만에 쟁점을 정리하고 6차 변론기일까지 끝냈다. 이 와중에 ‘국정농단’의 한 축인 최순실씨가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을 받았다.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행정관도 탄핵심판 심판정에서 증인 진술했다. 오는 19일(7차 변론)과 23일(8차 변론)에 이어 25일 9차 변론기일까지 마치면 공개변론은 마무리 되고 곧바로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여하는 합의가 시작된다. 특검팀은 1차 수사기한인 다음달 28일까지 모든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전력질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여부도 이런 속도라면 ‘2말3초’라는 예상을 깨고 2월 중순쯤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과 헌재 재판관들은 설 연휴 기간 중에도 출근해 증거물 분석과 자료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법원도 뒤지지 않는다. 앞서 검찰이 기소한 최씨와 안 전 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김종 전 문체부2차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대한 형사재판도 만만치 않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의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부는 야간재판도 마다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 중이다. 검찰로 눈을 돌려보자. 고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장을 맡은 특별수사본부는 최씨 등 국정농단 핵심 사범을 줄줄이 구속 기소하고, 박 대통령을 사실상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실로 오랜만에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박영수 특검팀에게 그동안의 수사 자료를 모두 넘겨준 뒤에도 최씨 등 국정농단 사범들의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 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정농단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준 사법부라는 검찰을 포함해 우리나라 사법부 전체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뭔가 허전하다. 방대하면서도 복잡하게 설치된 도미노가 빠른 속도로 넘어가는 것 같지만 중간 패가 빠져 곧 막힐 것 같은 불안감마저 든다. 그 중간 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때문이다. 우 전 수석, 2015년 2월 취임했을 때부터 2016년 10월 퇴임할 때까지 그가 남긴 의혹은 손가락으로 꼽을수 없을 정도다. 검찰은 언제부터인가 ‘우병우 사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뒤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의 비리를 수사하겠다며 호기롭게 특별수사팀 지휘를 맡은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126일이나 사건을 만지작 거리다가 수사를 끝냈다. 스스로도 “민망하다”고 말 한 윤 고검장은 “역시 우병우 사단”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각인시켰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은 크게 개인비리와 국정농단 배후로 대별된다. 이 중 개인비리는 검찰이 가지고 있다. 넥슨과의 강남땅 특혜 거래 등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석우)가 맡고 있다. 변호사시절 ‘몰래변론’ 등 변호사법 위반과 조세포탈, 국정감사 불출석 고발사건은 특수1부(부장 이원석)에 재배당됐다. 그러나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해 이렇다 할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이 특검의 수사대상이기 때문에 섣불리 조사하다가는 자칫 특검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어떤가. 검찰 인사 전횡과 국정농단 측면에서 보면 우 전 수석은 김 전 비서실장보다 오히려 더 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특검 역시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만큼은 이렇다 할 진척이 보이지 않는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의 초기 단계인 ‘최순실 게이트’ 때부터 박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한 전체적인 판을 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박 대통령과 국정농단의 한 축인 최순실과의 관계도 심상치 않다는 의혹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현상수배’가 붙은 뒤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나왔을 때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여전히 존경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고 검찰 조사 때 찍힌 팔짱 낀 모습의 사진에 대해서는 “추워서 그랬다”며 국조특위를 희롱했다. 더 이상 검찰과 특검의 ‘서로 눈치보기’는 매우 위험하다. '특검의 본질은 검찰 수사의 검증'이라는 법리는 허울 좋은 궤변이다. 검찰과 특검이 머뭇거리는 사이 국정농단의 진실은 우 전 수석과 함께 지금도 묻혀가고 있다.    최기철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