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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논란과 4차 산업혁명의 방향최저임금위원회가 2019년 최저임금을 올해(7530원)보다 10.9% 오른 시급 8350원으로 결정했다. 월 단위로 환산하면 174만5150원으로, 전년 대비 17만1380원 인상된다. 최저임금 확정 후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 사과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했고 공약 달성을 위해서는 매년 15% 이상 인상되어야 하는데,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결국 목표 시기를 2020년에서 2022년으로 연장했지만 지금의 경제상황으로 봐서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3.0% 전망에서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2.9%로 예측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8%로 제시하며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경제상황이 안 좋은 상태에서 최저임금 10.9 % 인상은 실제 임금을 줘야 하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노동계 입장에서는 10.9 % 인상도 불만이겠지만, 당장 임금 상승분을 준비해야 하는 사업주 입장에서는 막막하기만 하다. 제품이나 서비스 단가를 올리거나 경영합리화를 통한 경비절감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쉬워 보이지 않는다.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취급하는 아이템들은 대부분 시장 경쟁력이 낮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몰려있고 지금까지 근근이 사업을 유지해 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구라도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따라서 쉽게 폐업할 가능성이 큰 업종이 대부분이다. 물론 여기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선진국 대비 매우 높다. 선진국 자영업자 비율이 12 % 수준인 데 반해 한국은 25 % 이상이다. 이렇게 높은 이유는 일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 생계형 창업을 하기 때문이다. 특정 이유로 실직을 하게 되더라도 재취업이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거나, 실직 기간 동안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어 있으면 전재산을 투자해서 레드오션에 뛰어드는 일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부동산과 자녀 교육 등에 대한 과도한 비용 지출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서 실직은 사회적 낙오로 연결된다. 살기 위해서는 편의점과 치킨집을 24시간 운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일자리 부족에서 생긴 문제들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이 힘든 상태에서 청년들의 실업,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인간적인 삶,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을 단기간에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정부는 조바심을 내게 된다. 공무원 정원을 늘리고, 최저임금 인상을 법으로 강제하고, 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은 커진다. 정부가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복지 확대와 합리적 시장 질서 유지에 재정과 정책을 집중해야 하는데 5년 단임 정부로서는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갖고 있다. 기술의 진보는 막을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기술의 진보가 현재 우리사회의 주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솔루션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오히려 구조적 모순을 더 악화시킬지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가령 소규모 식당에 설치된 무인 주문 키오스크는 일자리를 없애는 도구로 이용된다. 비용과 효율성 등을 고려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종업원 대신 키오스크를 선호하게 된다. 이미 이런 상황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고 계속해서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참고할 만한 사례를 보게 된다. 독일의 'Arbeiten 4.0(노동 4.0)'이다. 독일 연방노동사회부가 발간한 이 녹서에 담긴 기본 철학은 사람이다. 기술의 개발과 활용도 사람의 일자리를 위해 존재할 때 그 가치가 있다. 일견 당연하게 보이지만 그동안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부분의 수사가 기술 중심의 사고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글자 그대로 혁명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실존 근거는 노동에 있고, 그러므로 인간의 노동에서 출발하지 않는 또는 출발하지 못하는 기술과 미래 예측은 궁극적으로 하나의 소설에 불과하다. 결국 기술 중심에서 인간 중심, 노동 중심으로 미래를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이 없는 미래는 존재할 수 있어도 노동이 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이 주도하는 미래가 오면 우리 모두 행복해집니다' 식의 홍보만 열심히 하다 보니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나와 무관한 외계어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기술의 진보를 피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정부의 4차 산업혁명의 목적과 방향은 사람에서 시작해서 노동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방향이 잘못되면 최저임금 논란과 같은 사회적 갈등이 계속된다. 중요한 것은 노동이고 일자리다. 김홍열 성공회대 겸임교수(firrenze@hanmail.net)


누구를 위한 '금융소비자 보호'인가"조만간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불과 올해 초 전직 금융당국 간부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당시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금융권 채용비리, 금융지주 회장 셀프연임 등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손질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전직 간부의 우려는 당국이 금융사 건전성과 영업행위(소비자 보호) 감독이라는 당국의 본업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시각에서 비롯됐다. 말이 씨가 된 듯, 그때쯤 삼성증권 배당 사고 등 굵직한 사고가 터졌다. 금융당국이 '금융산업'으로 인정하진 않았지만 '금융인듯 금융이 아닌' 신생산업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사고가 터지기 시작했다. 암호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지난해 1월만 해도 100만원에 불과했으나 그해 여름을 지나면서 500만원에 다가섰다. 제대로된 규제가 없으니 암호화폐 가격이 널뛰었으며, 대형 거래소인 빗썸에서 해킹 사건이 일어났고 불투명하게 운영하던 거래소들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지난 2015년 말 시작된 P2P 대출도 지난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연 15~20%대 고금리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에 젊은층이 대거 몰렸다. P2P 대출은 최근 연체율이 5%에 달하고, 일부 업체 대표는 고객 돈을 가지고 도주해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그런 와중에 금융위원회의 입장은 암호화폐나 P2P 대출 모두 법적 근거가 미흡해 감독을 하고 제재를 하기 어렵다고 토로해왔다. 신생 산업을 관리·감독할 만한 부서도 당국에는 전무했다. 사실 당국은 암호화폐나 P2P대출은 '금융이 아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최종구 위원장도 '암호화폐는 금융상품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 암호화폐 거래 시중은행을 우회적으로 압박해왔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금융위나 금감원이 최근 경쟁적으로 소비자 보호 강화에 올인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회사와 전쟁을 지금부터 해나가야 한다"고 선포한지 일주일 만에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금융위는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을 금융소비자국으로 확대 개편하고, 인력을 7명 보강하면서 핵심부서로 격상시켰다. 이전의 금융서비스국과 자본시장국 소속 소비자 보호 관련 부서들도 신설된 금융소비자국으로 이동한다. 금융위에서는 그동안 소비자 보호 관련 부서들이 흩어져 있어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설명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을 둘러싸고 세간에서는 기대보다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이미 금감원 내에 유사한 성격의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정책당국에 소비자보호부서를 따로 둬야 하느냐는 것이다. 금융위 조직개편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발표된 국정과제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엔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 차원에서 금융위 조직을 기능별로 개편하고, 추후 정부조직 개편과 연계해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정과제 내용대로라면 조직 축소가 불가피한 금융위가 되레 덩치를 키운 셈이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도 불구하고 금융 신사업에 대한 금융위의 내부 시각이나 정치권 등 외부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 이른바 '금융소비자법'은 지난해 5월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금융당국은 국회 탓만 하고 있다. 법 제정을 설득하기 위해 정무위원회를 얼마나 방문했는지 꼽아보면 알 수 있다. 암호화폐나 P2P금융을 금융으로 봐야하는지도 당국 내부에선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 이역시 관련 법을 국회에서 만들어야 줘야 한다며 여의도만 바라보고 있다. 내외부적인 상황이 이러한데 금융위원회가 대규모 조직개편을 추진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금융이 부가가치를 높여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금융위가 정책을 이끌어야 할텐데, 소비자보호부서를 키울 정도로 급박했던건지 의구심이 짙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금융위 조직을 축소하는 감독체계 개편안 논의를 앞둔 시점에서 조직 개편 카드를 꺼낸 금융위의 저의가 의심되는 이유다.  이종용 금융팀장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