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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국회의원 유야무야 넘어가서야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어쩌다 보니 현역 국회의원 수십명을 대표고발인으로 고발한 처지가 됐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국회에서 지원되는 정책개발 예산을 허위 증빙서류로 빼낸 국회의원들, 남의 자료를 통째로 표절해서 국회 예산으로 정책자료집을 발간한 국회의원들 11명을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그런데 지난 1월11일에 고발인 진술을 마치고 다섯 달이 지났지만 고발한 사건이 어떻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도통 소식이 없다.해당 사건은 시민단체들과 뉴스타파가 협력해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고발인 조사를 통해서도 범죄혐의에 대해 충분히 근거를 제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들어가는 것만 남았는데, 몇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나마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사건은 고발인 조사라도 해서 다행이다. 지난 2월20일에는 경북 영주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타고 미국 뉴욕에 가서 스트립바에 출입한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경북 영주시·문경시·예천군)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녹색당 차원에서 한 고발이고, 필자는 대표고발인으로 참여했다.그런데 석 달이 지나도록 고발인 진술을 하러 오라는 연락도 없다. 어떻게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도 없다. 일반적인 고소·고발사건은 3개월 이내에 처리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 원칙이 국회의원 앞에서는 적용이 안 되는 모양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최교일 의원은 검찰 고위직 출신이다. 1983년 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요직을 거쳤다. 그래서 검찰의 칼끝이 더 무딘 것일까.오히려 스트립바 출입건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던 최 의원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5월15일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붕괴되는 대한민국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도 주최했다. 참 어이가 없는 일이다. 비리를 저지른 국회의원이 멀쩡히 활동하고 있고, 이런 사건에 대해 수사조차 하지 않는 검찰의 모습이야말로 '붕괴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최 의원이 영주시 예산으로 뉴욕 여행경비를 지원받은 것은 매우 비상식적인 일이었다. 일단 최 의원이 뉴욕에 가서 한 역할이 없다. 영주시장과 영주시의회 의장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 옆에서 사진에 찍힌 게 전부다. 그리고 뉴욕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그 사이에 최 의원은 자신이 공천권을 쥐고 있는 영주시장 등을 데리고 스트립바에 출입했던 것이다.영주시장이 최 의원과 보좌관의 여행경비 844만원을 지원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아무 소리 못 하고 스트립바에 따라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마디로 최 의원이 '갑'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객관적인 정황이 그렇다. 최 의원은 2018년 6월 지방선거때 공천권을 쥐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이다. 그리고 영주시에 각종 국가 예산을 따오는 위치에 있다.대법원은 국회의원에 대해선 직무의 포괄성 때문에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하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최 의원이 영주시장으로부터 해외여행경비를 지원받은 것에 대해선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게 맞다. 영주시 예산을 '민간인 해외여비' 명목으로 최 의원에게 변칙지원한 장욱현 영주시장에게는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적용되어야 한다.민간인 해외여비라는 예산항목은 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에게 지원될 수 없는 예산이다. 이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지역주민 대표, 학계, 기업, 연구기관 등 전문가에게 지원되는 예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주시는 최 의원과 보좌관에게 이 예산을 지원하기 위해 '선비문화 세계화 홍보단'이라는 걸 급조하기도 했다. 이런 팩트들은 모두 최 의원에 대한 예산지원이 위법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최 의원에 대해선 국회의원 징계요구안이 제출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전원이 국회의원으로 구성되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징계안을 심사하게 되어 있으니, 그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세금으로 스트립바 여행을 다녀온 국회의원이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넘어가서야 되겠는가.또 검찰이 이런 사건에 대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모습이야말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겠다면, 최 의원을 비롯해서 각종 비리 혐의로 고발된 국회의원들의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haha9601@naver.com) 


이희호 여사 유언의 무게최한영 정치부 기자한 사람의 유언은 때로는 그 시대를 대변하기 마련이다. 작가 김훈은 소설 <남한산성>에서 병자호란 당시, 왕실의 위패를 들고 강화도로 들어온 늙은 선비가 강화산성이 청나라 군대에 함락되자 자살하며 남긴 유서 글귀를 이렇게 썼다. "아들아, 너는 목숨을 귀하게 여겨 몸을 상하게 하지 마라. 고향에 조용히 엎드려서 세상에 나오지 마라." 소설 속 이야기지만,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절망감과 나라에 대한 원망이 구석구석 스민다. 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언에는 한 사람의 일생이 들어있다. 모리 슈워츠 미 브랜다이스대 교수는 자신이 루게릭병을 앓게 된 것을 알고 제자 미치 앨봄을 매주 화요일 만나 가족, 사랑, 용서 등을 소재로 대화를 나눈다. 모리 교수는 줄어드는 시간 속 제자 미치와 대화하는 것으로 죽음을 준비한다. 제자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모리 교수가 건넨 "자넨, 착한 영혼을 가졌어. 자네를 사랑하네"라는 인사는 타인을 착취하는 일을 하지 않기로 맹세하며 가르침의 길을 평생 걸었던 그의 인생과 겹친다. 이 따뜻함은 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많은 이들의 유언 중 개인적으로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가 기억에 남는다. 김 추기경은 평생 천주의 품에 의탁하면서도 1980년대 민주화운동은 물론 이후로도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 자신의 각막을 기증하며 죽는 순간까지 사랑을 실천한 김 추기경이 남긴 유언은 다름아닌 '감사'와 '사랑'이었다. 자신이 베푼 것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끝까지 자신을 낮췄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내이자 여성·인권운동가이기도 했던 이희호 여사가 지난 10일 저녁 세상을 떠났다. 김대중평화센터에 따르면 이 여사는 "국민들께서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제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셔서 감사하다.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한 삶을 살기 바란다.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이 여사는 김 추기경과 같이 '감사'와 '사랑'에 더해 평화통일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고인의 열망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 사람들의 마음에 무겁게 자리잡는다. 이 여사의 죽음을 계기로 한동안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남북대화가 재개될 분위기가 엿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판문점 북측 통일각으로 보내 이 여사에게 보내는 조의문·조화를 전했다. 김 부부장은 "이 여사는 민족 간 화합·협력을 위해 애쓰셨다"며 "남북 간 협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달했다. 사람은 갔지만 말은 남았다. 남편의 뒤를 따라간 이 여사의 유언이 향후 남북관계에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visionchy@etomato.com)